세종시 기업 유치전에 돌입한 정부가 과도한 인센티브를 자제하기로 하면서 '땅값'이 핵심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이나 기업도시 등에 비해 지나친 재정 · 세제지원을 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특혜시비와 이른바 '블랙홀 효과'에 따른 역차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세종시 자족용지 공급가격을 인근 산업단지 수준인 3.3㎡당 50만원 안팎까지 낮춰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종시의 조성원가는 3.3㎡당 227만원이다. 인근 산업단지 땅값의 4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렇게 땅값 차이가 심한 것은 세종시에 이른바 '공짜 땅'(무상공급면적)이 많기 때문이다. 무상 공급면적이란 녹지 · 공원,도로 ·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용지 등 돈을 받고 팔 수 없는 땅을 말한다. 이런 공짜 땅을 제외한 유상 공급면적(주거 · 상업용지 등)은 전체 7290만㎡의 33%인 2400여만㎡ 정도에 불과하다. 판교나 위례 등 신도시의 경우 이 비율이 대략 45~50%다. 세종시 개발가용지 땅값이 입지에 비해 그만큼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무상공급토지를 일부 줄이면 세종시 조성원가를 낮출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원 · 녹지다. 정부가 세종시 공원녹지비율을 1~3%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도 자족용지 확보와 조성원가 인하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종시 공원 · 녹지비율은 현재 52.9%(3859만㎡)로 전체 면적의 절반을 넘는다. 통상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의 녹지율(25~35%수준)에 비해 과도하다는 평가다. 강남과 분당 등 기존 도시와 가까운 판교신도시(37.3%)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정부 구상대로 세종시 녹지율을 3%포인트만 낮춰도 유상공급면적이 늘어나 조성원가를 3.3㎡당 20만원 정도 낮출 수 있다. 녹지율을 더 줄이면 그 비율만큼 조성원가는 더 낮아진다.

한 전문가는 "세종시 중앙에 있는 녹지공간을 줄이는 대신 근린공원 등 '체감형 녹지'를 효율적으로 조성하면 쾌적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족용지 확보와 땅값 인하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종시에서 원형지로 공급해 땅값을 낮춘 사례가 있다. 2011년까지 아파트 등 7000채의 주택이 들어설 '첫마을'이다. 당시 토지공사가 총 115만9807㎡를 주공에 314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3.3㎡당 89만4992원꼴이다. 택지조성공사를 해 팔았던 일반 아파트용지(전용 60㎡ 이하 기준)가 지난해 3.3㎡당 209만원에 공급됐던 점을 감안하면 '반값 이하' 수준(42%)인 셈이다.

세종시 기획단 관계자는 "세종시에 대한 전체 윤곽과 원형지 공급대상 기업 · 기관이 확정된 후 세부 조율작업을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