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대출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여파로 하락세로 반전됐다. DTI가 지난달 7일 수도권으로 확대 적용된 데 이어 이달 12일 제2금융권까지 시행되면서 서울 · 수도권 집값이 10월 들어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 대신 DTI 규제를 받지 않는 신규 아파트와 상가 · 오피스텔 등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16일 부동산정보업계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경우 이번 한 주 동안 올 들어 최대 폭인 0.25% 내렸다. 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강남권에선 송파구가 0.46% 빠진 것을 비롯 강남 · 서초구도 동반하락했다. 재건축을 포함한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도 0.03% 내려 3주 연속 하락했다.

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와 상반기 단기 급등 등의 여파로 매수심리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재건축추진 아파트 가운데 지난 8월 13억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7㎡는 9월 중순 이후 1억원 이상 빠졌다. 송파구 가락시영 등은 주택크기별로 2000만원 이상 내렸다.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도 한 달 새 5000만~6000만원 떨어졌다.

강북권 집값도 맥이 빠졌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 소형 아파트는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한 달 전보다 1000만~2000만원씩 내렸다. 수도권 역시 이달 들어 7개월 만에 평균 0.02% 빠졌다. 분당 등 신도시 중개업소는 개점 휴업 상태다. 분당의 대우,롯데,선경아파트 등 주요 단지는 주택형별로 이달에만 매도 호가가 500만원씩 떨어졌다.

반면 DTI 규제를 받지 않는 신규 아파트 분양과 상가 · 오피스텔,미분양 주택은 활기를 띠고 있다. 인천 청라 · 남양주 별내지구 등 수도권 택지지구와 서울 도심 재건축단지 분양에는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을 넘는다. 이날 개장한 청라 · 영종 하늘도시 모델하우스에는 모두 1만2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지난달 판교 단지 내 상가 · 근린상가 분양에는 수천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최근 수도권 집값 조정은 대출규제 확대와 상반기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양상의 성격이 짙다"며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다가 경기회복 조짐을 계기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