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수가 낀 해여서 그런지 올해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혹독한 경기 침체의 고통을 겪더니 요즘은 신종플루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가을철 전염병 대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나라를 이끌었던 분들이 잇따라 돌아가시니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다행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빨리 탈출하고 있다니 한시름을 덜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낙관적인 태도로 돌아설 때가 아닙니다.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오르고 환율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외부환경은 오히려 악화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제수지와 기업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 역시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펀드 환매가 상당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반토막,4분의 1토막이 났던 주식펀드가 최근 원금 수준을 회복하자 상당수 투자자들이 펀드를 처분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데도 주식시장이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요즘 걱정은 전세 시장입니다.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과 수도권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두세 채 이상 집을 소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제 거주는 한곳에 하기 때문에 전세가격은 실수요를 정확히 반영합니다. 주택 매매시장과 달리 투기 수요가 없는 전세시장에서 가격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것은 '정책의 실패'로 봐야 합니다.

과거 정부가 강남 집값 잡기에 급급하다보니 주택공급 효과가 큰 재건축사업 등을 무리하게 규제했고 그 여파는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택은 모자란다고 해서 당장 수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짧은 시간 내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헐어 보금자리 주택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효과는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전셋값 불안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n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