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최근 전용면적 60㎡형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던 이 모씨(31)는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해 아무런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입주를 마친 1지구는 물론이고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2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중개업자들은 하나같이 전용면적 85㎡형 이상은 팔려는 사람이 많지만 60㎡형 미만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씨는 청약시장에도 꾸준히 문을 두드려봤지만 공급물량이 워낙 적어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25일 중개업계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씨가 마르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전용 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1인 세대가 급속히 늘어나는 데다 젊은 부부들의 출산 기피 등으로 소형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아파트 공급이 중대형 위주로 이뤄지면서 수급 불균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A공인 관계자는 "잠원동 동아아파트의 경우 연초만 해도 전용면적 60㎡ 이하 매물이 30채 이상 나왔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풍부한 수요로 매물이 상당히 소진됐고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소형 아파트 찾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에서 환매한 사람들이 자녀에게 증여 목적으로 소형 아파트를 많이 샀다"면서 시장 상황을 전했다.

일반 거래시장뿐만 아니다. 소형 아파트 공급물량도 크게 줄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서울에서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3793채와 3789채가 공급됐던 전용 60㎡ 이하 아파트(임대 제외)는 올해 상반기들어 1085채만 분양됐다. 올봄에 공급됐던 서울 시내 재건축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치솟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3월 입주자를 모집한 용산구 '효창파크 푸르지오' 전용 59㎡B형은 19.62대 1이었고 중구 신당동 '래미안 신당2차' 59㎡형도 10.26대 1을 기록했다. 경기지역 또한 상반기 공급된 60㎡ 이하 아파트는 고작 471채로 작년 동기대비(1976채) 4분의 1 수준으로 집계됐다.

소형 아파트는 미분양도 적다. 국토해양부의 4월 말 현재 집계에 따르면 전체 미분양 아파트 16만3856채 가운데 전용 60㎡ 이하 미분양은 7112채에 그쳤다. 60~85㎡형은 6만4688채였고 85㎡형 초과가 9만2056채로 가장 많았다. 소형 주택 매물이 귀해지면서 가격 상승률도 전체 평균을 웃돈다. 부동산114의 연초 대비 지난 19일 현재 서울 아파트값 주택 크기별 상승률은 60㎡ 이하가 3.59%로 나타나 전체 평균인 2.16%보다 높았다.

소형 주택 품귀 현상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1인 세대 비율은 342만세대로 1995년(164만세대)의 두 배로 늘었다. 게다가 출산율 저하로 세대당 가족수마저 줄어 소형 주택 수요가 크게 늘었다. 부부만 있는 세대가 10년 만에 12%에서 15%로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지금껏 중대형 아파트 건설에만 집중해왔다. 집값 상승폭이 큰 중대형에 수요가 몰리자 공급을 크게 늘렸다. 이런 추세는 참여정부가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바뀌었다. 특히 불황기에 소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 목적용 주택 구입도 중대형을 외면했다. 대형 건설사인 A업체 관계자는 "중대형 수요가 풍부했던 데다 소형보다는 대형을 지어야 이익을 많이 내는 까닭에 소형 공급을 외면했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소형 분양을 많이 하고 싶지만 이미 세워놨던 주택 크기를 갑자기 바꾸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