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는 모든 글로벌 기업이 부러워하는 회사다. 닌텐도 DS와 위(Wii)를 통해 가족용 게임이라는 잠재력이 무궁한,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덩치가 훨씬 큰 기업들 조차도 독보적인 영역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닌텐도의 사업구조를 탐낸다. 쉽게 흉내낼 수 없고,경쟁이 거의 없는 신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닌텐도는 블루오션 전략을 실천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와이만은 최근 보고서 '새로운 고객층 찾기와 창출하기'를 통해 "빠른 수요 변화로 인해 기존 시장,기존 고객과는 다른 새로운 고객층이 끊임없이 형성되고 있다"며 "과거에도 그랬지만 새로운 수요층을 찾는 데 성공하는 기업이 도약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토대로 새로운 고객층을 찾은 사례와 시장 수요 변화 흐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를 정리한다.

◆시장수요,어떻게 바뀌고 있나

지금 수요 변화의 핵심 테마는 친환경이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2000년만 해도 연간 9400대에 불과했다. 2007년엔 35만2000대로 규모가 커졌다. 2020년에는 1000만대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동 착취가 없고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된 '공정무역(fair trade) 커피' 시장도 2000년 5000만달러에서 2005년 5억달러로 확대됐다. 미생물에 의한 자연분해가 가능한 비누 시장 역시 2003년 300만달러에서 2007년 1억5000만달러 규모로,자연주의 식품만 취급하는 홀푸즈 슈퍼마켓 매출은 2002년 27억달러에서 2008년 80억달러로 증가했다.

물론 시장 변화는 '친환경'이란 하나의 테마로 요약될 만큼 단순하지 않다. 사회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신시장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퇴조한다. 최근 10여년 동안에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사업을 키웠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아마존은 온라인을 통한 도서 음반 등 미디어 판매시장을 개척했다. 이베이는 경매 방식의 개인 간 물품 거래를 통해 급성장했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친환경차 고객을 사로잡았고 블랙베리폰은 해외여행이 많은 전 세계 비즈니스맨을 고정 수요층으로 확보했다.

◆우연한 발견 대 계획된 창출

모든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부터 수많은 마니아급 수요층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 만큼이나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신수요층은 이전에 간과했던 걸 발견하는 것일까,아니면 처음부터 없던 것을 꼼꼼한 계획 아래 새롭게 창출하는 것일까. 올리버와이만은 발견일 수도 있고,창출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발견이냐 창출이냐보다는 신기술 개발이 됐건,철저한 소비자 조사 및 분석이 됐건 새로운 수요층을 만들기 위한 준비된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다.

프리우스 개발은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다. 세계적인 제약사 머크가 1980년대 항고혈압제 바소텍 등 15개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약품을 내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애플의 아이팟은 우연한 발견을 바탕으로 새 시장을 창출한 케이스다. 스티브 잡스는 뒤늦게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디지털음악 다운로드에 관심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 역시 기존 범용 기술을 토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 뒷받침됐다.

3M의 포스트잇,산도스의 면역억제제 사이클로포린 등도 우연히 이뤄진 새로운 발명이다. 계획된 것이든,우연한 것이든 분명한 공통점은 이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철저한 전략이 없었다면 성공을 누리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시장을 봐라

넷플릭스는 미국 온라인 DVD 시장을 석권한 회사다. 다양한 요금제,편리한 배송체계 등으로 일약 선도기업이 됐다. 소비자의 작은 불만을 눈여겨본 창업자의 혜안 덕분이었다. '월 회원이 되면 이용시간에 제약이 없는 헬스클럽처럼 DVD를 빌려볼 수 있는 곳은 없나'라는 한 소비자의 불만을 토대로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올리버와이만은 새로운 시장,새로운 고객층을 만들기 위해선 매년 시장이 어떻게 그리고 왜 변하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퇴락했지만 1930년대 소매판매점 시장의 강자였던 시어스가 대표적이다. 당시 시어스의 최고경영자는 인구통계를 들여다 보며 인구 변화가 수요 패턴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고민한 끝에 소매판매점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올리버와이만은 또 사회 인프라스트럭처의 변화를 챙겨야 한다며 한발 나아가 5년 뒤 어떤 기술 발전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의 변화가 있을지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끈기를 갖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