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도 환율 폭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만달러를 돌파한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는 원·달러 환율 급등 여파로 2만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725조2000억원,전년동기대비 명목 GNI 증가율은 7.9%다. 이 같은 증가율이 4분기에도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전체적으로 명목 GNI는 974조3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는 작년 명목 GNI(902조5000억원)보다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달러화로 환산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작년에는 연평균 환율이 929원20전에 불과했다. 따라서 달러화 기준 명목 GNI는 9713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원·달러 환율은 작년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다. 연초 920~930원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현재는 1400원대를 유지하면서 올 들어 8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88원68전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에 따라 올해 연평균 환율을 1091원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치를 적용하면 올해 달러화 기준 명목 GNI는 8930억달러에 그친다.

이를 통계청의 2008년 인구추계(4860만명)로 나누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8375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2006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득 수준이 3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의미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처음 1만달러를 돌파한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7300달러까지 밀렸다. 이후 2000년에 1만달러로 복귀한 뒤 지난해 최초로 2만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환율 급등으로 1년 만에 다시 1만달러대로 주저앉게 됐다.

내년은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정체되고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인 1450원대로 유지된다면 내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3000달러대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주요 전망기관들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2%대로 보고 있어 내년 1인당 국민소득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율 급등으로 한국의 국가 자산도 급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한국의 총 국가자산은 6543조원으로 당시 원·달러 환율(936원10전)을 적용하면 6조9896억달러다. 하지만 8일 현재 환율(1448원50전)로 계산하면 4조5170억달러밖에 안돼 35%가량 감소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