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꽃이 피었다. 영국의 대표 항공사인 '브리티시 에어웨이즈(British Airways)'의 지난달 28일 워크숍 현장.직원들이 업무에서 거둔 성공 스토리를 최대한 재미있게 발표하는 시간이다.

히드로 공항 직원인 알렉산더 크라우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개인 화물이 뒤섞여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있었으나 직원들이 합심해서 웨딩드레스를 찾아 결혼식 시간에 맞춰 전달했다"는 '무용담'을 늘어놨다. 게트위크 공항에서 온 제냐 페이터가 곧바로 말을 받았다. "공항의 실수로 그랜드캐년에 가야 할 캠핑장비가 뉴욕으로 갔었지만 신속한 조치로 하루 만에 제대로 전달했다"고 자랑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북미본부의 고객 서비스 부사장인 데이비드 에릭은 "이런 장점을 살려 더 나은 브리티시 에어웨이즈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자"고 주문했다.

워크숍 참가자는 전 세계에서 온 300여명.이들은 소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에 들어갔다. 북미 지역에서 온 팀이 '아주 특별한 도착의 경험'이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다시는 개인화물을 잘못 배달하는 일이 없게 한다"며 "브리티시 에어웨이즈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도착의 경험'을 갖게 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취지였다. 곳곳에서 "찬성이요"란 함성이 튀어 나왔다. '아주 특별한 도착의 경험'은 4분기 조직 전체가 지향할 비전인 '긍정 주제(affirmative inquiry)'로 선정됐다. 곧바로 모든 영업조직에 전파돼 실행에 들어간 것은 물론이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즈에서 이 같은 워크숍을 보는 것은 낯설지 않다. 분기에 한 번꼴로 이런 워크숍이 열린다. 여기서 도출된 긍정주제는 그 분기에 실행할 목표가 된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즈는 이를 '긍정혁명'이라 부른다. 직원들의 장점과 핵심역량을 공유함으로써 창조적 해결책을 모색해 톡톡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실제가 그렇다. 작년 매출액은 87억5300만파운드.전년에 비해 2억6100만파운드(3.1%)늘었다. 뿐만 아니다. 영업이익률은 2006년 7.1%에서 작년엔 10%로 높아졌다. 고유가로 인해 대부분 항공사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눈여겨볼 것은 영업비용이 1.7% 감소했다는 점.직원들이 긍정 주제를 자발적으로 실천에 옮긴 덕분이다. 에릭 부사장은 "개인들의 지혜는 잠재력으로 가득찬 지하의 우물과 같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며 "잠재적 창의성을 개발하고 전세계 영업조직의 성공 사례를 전파하기 위해 선택한 긍정 혁명 워크숍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숨어있는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한 긍정 혁명은 다른 게 아니다. "긍정적인 이야기,재미있는 표현 등을 통해 직원들의 몰입을 이끌어 내고 자연스럽게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방법(데이비드 쿠퍼라이더 미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교수)"이다. 긍정 혁명을 통해 잠자는 창조성을 일깨운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트럭단위 육상화물 운송기업인 '로드웨이 익스프레스'도 그 중 하나다. 이 회사는 긍정 혁명 워크숍을 실시한 지 딱 15개월 만에 수화물비용과 장비보충비용을 각각 31.6%와 66%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로드웨이 익스프레스는 연간 20회 이상 긍정 혁명 워크숍을 연다. 워크숍의 핵심은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최대한 재미있게 자랑하는 것이다. 단점과 나쁜 점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여기서 발표된 자화자찬의 성공담은 사내 인터넷망인 '오베이션 네트(OvationNet)'에 고스란히 저장돼 있다. 2만7000여명의 직원들은 이를 통해 성공 경험담을 공유한다. 이는 곧 회사의 경비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미 뉴트리멘틀 푸드사(Nutrimental Food)도 회사의 강점과 전략적 우위 등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긍정혁명 프로세스로 매출을 200% 향상시켰다. 미 헌터더글라스 원도 패션 사업부 역시 이 같은 방법으로 작년에만 35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즈가 채택한 긍정 혁명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유발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쿠퍼라이더 교수는 "개인이 가진 강점을 모으면 개개인의 강점보다 더 창의적인 해답을 도출하게 된다"며 "기존의 '약점 기반 접근법'에서 탈피해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을 시도할 때 창의성이 최대화된다"고 분석했다.

조직 내 정보의 흐름에 관한 연구로 잘 아려진 제임스 올드로이드 성균관대 SKK GSB 교수는 "창의성은 잡종 문화(cross-culture)에서 탄생하지만 무조건 섞기만 해서 혁신의 불꽃이 튀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로 다른 사람들의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할 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조직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데 협업도 없어서는 안될 주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런던(영국)=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