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은 진짜 남장여자였을까…수능에 출제될 것 같아서…

조선시대 대표적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1758~?)과 단원 김홍도(1745~1806년)가 가을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보화각(寶華閣ㆍ간송미술관 옛 이름) 설립 70주년 기념전'에 출품된 혜원 단원 등의 조선 명품 서화작품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전시가 시작된 지난 12일 2만여명이 다녀간 데 이어 주말에 2만여명,평일 1만~1만5000명씩이 전시장을 찾아 개막 8일째인 19일 누적 관람객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1층에 전시된 신윤복의 '미인도(美人圖)'.일부 중학교 미술교과서에도 실린 이 작품은 조선 미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한 걸작으로 꼽힌다. 또 '혜원전신첩'에 담긴 '주유청강''단오풍정''월하정인''유곽쟁웅' 등 6점과 단원의 걸작 '마상청앵'도 줄을 서야 감상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혜원과 단원을 주인공으로 한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동명 원작 소설의 인기에 힘입은 것.혜원이 남장 여자로 단원의 제자였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 소설은 지난해 8월 출간된 이후 40여만 부가 팔려 나갔고 드라마도 주부나 젊은이뿐 아니라 중ㆍ장년층 남성 시청자까지 끌어들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혜원은 제도권 미술사에 편입되지 못한 채 역사에 한두 줄 기록만을 남긴 '미지의 인물'이지만 소재에 제한받지 않고 분방한 필치로 그려 낸 작품들이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취향에 잘 맞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험생 김태근군(18ㆍ서울 마포구 도화동)은 "신윤복의 작품이 논술과 수능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있어 직접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면서 "신윤복이 드라마에서처럼 실제 남장 여자였는지가 궁금하지만 작품을 직접 보니 그의 예술 세계를 웬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 서초동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문경자씨(30)는 "지금까지 신윤복,김홍도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강의를 해 왔다"면서 "이들 화가의 작품을 직접 보고 나니 더 생생하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수천 점의 고미술품 가운데 혜원 단원을 비롯 정선 김정희 신사임당 등 70여명의 서화 100여점이 출품된 이 전시회는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없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