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금리 사상최고 10% 눈앞

원.달러 환율이 4년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10%에 육박하는 폭등세를 보이면서 서민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주택대출 금리의 상승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환율 상승은 물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가계의 소비를 급격히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과 시중 금리의 급등이 물가나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직결되지 않도록 완충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대출 금리 10% 돌파 초읽기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초 신한은행의 3년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26~9.86%로 지난 주초에 비해 0.47%포인트 급등했다.

대출 최고금리가 지난 5월 7일 이후 5개월여 간 1.97%포인트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주일만에 0.40% 이상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10%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8.43~9.53%로 지난주 초에 비해 0.40%포인트 급등했으며 국민은행은 8.11~9.61%로 0.2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은 7.95~9.41%와 8.39~9.09%로 지난 주초에 비해 각각 0.24%포인트와 0.21%포인트 올랐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폭등한 것은 기준금리가 되는 은행채 등의 금리가 유동성 부족 등의 영향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3년물 AAA등급 은행채 금리는 4월 말 5.47%에서 5월 29일 6%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12일 7%로 올라섰으며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난 26일 현재 7.64%를 기록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6일 현재 6.01%로 두달여만에 6%대로 진입했다.

1억원을 8%로 대출한 고객의 경우 금리가 2% 오르면 연간 이자부담은 8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200만원 불어나게 된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한달 만에 상승세를 재개하면서 3개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의 이번주 초 주택대출 변동금리는 6.80~8.30%로 지난 주초보다 0.09%포인트 올랐으며 외환은행은 6.62~7.90%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은행이 6.56~8.06%로 0.01%포인트 인상하는 든 대부분 은행이 0.01%포인트 올렸다.

◇ 환율 4년來 최고.. 전망 시계 제로

금리와 함께 환율도 불안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1,160.50원으로 마감하면서 2004년 8월13일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28일 1,006.00원에 비해서는 두 달간 154.50원 급등했으며 새 경제 정책 라인이 출범한 지난 2월 29일에 비해서는 221.50원 폭등하면서 7개월간 원화 절하율이 19.1%에 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은 국제수지가 적자를 보이면서 시장에 달러화가 부족해 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증시에서 32조4천억원(약 425억달러) 가량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자본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무역수지가 올 들어 8개월간 115억7천만달러 적자를 나타내면서 10년간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 행진도 막을 내릴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쇼크로 외화자금 시장이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 점도 달러화 매수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현물환율과 선물환율 간 차이인 스와프포인트 1개월 물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직후 달러화 자금을 현 시점에 빌리고 나서 나중에 갚으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 16일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23일에는 -10.00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구제금융방안의 효과가 환율 움직임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대외 여건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환율 수준을 전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은행 임지원 박사는 "미국의 금융구제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부실 자산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불안요인이 제거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말했다.

그는 "4분기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낼 수 있지만 내년에 받을 달러화 자금까지 미리 내다 판 수출업체들이 많아서 환율은 한동안 달러 부족에 따른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차장은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신청 여파로 환율이 이상 급등하면서 구체적인 수준을 전망하기 어려워졌다"며 "미국 구제금융의 가시적 효과가 연말 이전에 나온다면 1천1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구제금융 조치가 미국 국민의 저항 때문에 진통을 겪으면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물가부담 가중..실물경제에 부담

환율이 상승하면 가뜩 고공행진을 하는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 유가 급등의 파급 효과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 -> 내수위축 ->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다음 달 초 발표될 9월 소비자물가도 원.달러 환율 급등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전달의 5.9%에서 5.6%로 둔화했지만 환율 상승과 추석 요인 등을 고려할 때 8월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

유학생을 둔 부모나 외화대출자 등도 환율 상승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 처지에 놓였다.

환율이 7개월 새 220원 이상 폭등하면서 미국에 있는 자녀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위해 매달 5천 달러를 환전하는 경우 비용이 110만원 가량 늘어나게 됐다.

환율 상승은 수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지만 최근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세계적 신용경색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마디로 현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얘기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경기둔화와 신용경색 등을 고려했을 때 환율 상승으로 수출 여건이 좋아지는 효과보다 고물가로 미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과 금리가 동시 급등하면서 가계에 급격한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면서 완충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환율과 금리의 동반 상승으로 서민 가계의 실소득이 감소하고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며 "근본 원인이 대외부문에 있지만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서민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지지 않도록 세제 지원 등 완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