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연간 7% 성장,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10년내 세계 7대 경제강국)'을 목표로 내세웠던 MB노믹스가 고유가.

고물가라는 악재를 만나면서 흔들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올해 6% 안팎의 성장을 자신했지만 불과 3개월 새 다시 전망치를 1%포인트 이상 내려잡으면서 MB노믹스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물가 안정과 민생대책을 국정 최우선과제로 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이어 성장률 목표치까지 하향조정됨에 따라 올해 경제정책 기조는 '성장'에서 '물가관리'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 정부 성장 전망치 7% → 6% 안팎 → 4% 후반


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이날 한 케이블 뉴스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가 10년 호황을 마치고 어려운 상태이며, 미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내년 후반기 이후가 될 것이므로 우리도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올해 전체로는 (우리 경제) 성장률을 4% 후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초 발표가 예정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수정 목표치를 공식 발표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미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5% 성장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정부가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4%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연간 취업자 증가규모 역시 지난해(28만명) 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경제살리기'를 목표로 '747'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7% 성장 능력을 갖춘 경제를 만들되 올해는 6% 안팎의 성장을 하겠다"고 목표치를 1차 수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올해 들어 가속화하면서 정부는 다시 4% 후반으로 목표치를 내려잡았다.

당초 올해 유가를 배럴당 90달러대 전후로 전망했으나 130달러 전후로 급등하면서 성장률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오르고 실질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한다.

유가가 90달러에서 130달러로 40달러 가량 오르면 산술적으로 성장률은 0.8%포인트 가량 까먹게 되는 셈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초 유가가 90달러 전후일 때 전망치를 내놨는데 지금은 130달러를 상회하고 있는데 이 정도까지 갈 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성장률 하향조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한 바 있다.

재정부는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 전망 수치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그동안 예고한대로 7월 초로 예정돼 있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확정시 발표할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국내외 기관들 잇따라 하향 조정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급등한 국제 유가 등 악화된 여건을 반영해 이미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잇따라 4%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0%에서 4.7%로 내렸고 LG경제연구원도 4.9%에서 4.6%으로 내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5.0%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2%에서 4.3%로 내렸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4.5% 이하를 예측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BNP파리바.골드만삭스.JP모건.리만브라더스.모건스탠리.도이치뱅크.씨티그룹.메릴린치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5월말 보고서를 통해 밝힌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5%에 그쳤다.

이는 한 달 전인 4월말 현재 4.6%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아시아 주요국 중 대만(4.2%)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관별로는 BNP파리바가 여전히 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모건스탠리(4.9%), 골드만삭스(4.8%), 메릴린치(4.8%) 등은 4% 후반대로 전망했고 JP모건(4.4%), 씨티그룹(4.2%), 리만브라더스(4.1%) 등은 4% 초반과 중반대를 예상했다.

도이치뱅크(3.9%)는 한국이 올해 4% 성장을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 MB노믹스, 물가관리 통한 안정으로 선회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최대 화두로 등장함에 따라 '성장'보다 '안정'으로 경제정책의 기조가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장 고통을 받는 이들은 서민"이라며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을 국정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을 상징하는 성장 위주의 전략을 잠시 제쳐놓고 물가관리를 통한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는 공식적인 정책 전환의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다양한 물가 안정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물가당국은 우선 전통적인 방식인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일부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 중소기업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하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동원해 물가 상승에 편승해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에 대한 감시 감독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용주 박대한 기자 leesang@yna.co.krspeed@yna.co.kr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