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와 무역수지 등 베트남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이달 들어 더 악화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25.2% 올랐다.

지난달의 21.42%보다 3.78%포인트 높은 것으로 1992년 이후 최고치다.

전월 대비로도 3.91% 올라 4월(2.2%)의 거의 두 배 수준을 보였다.

올 들어 지난 5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5.96%로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폭(12.16%)을 웃돌았다.

특히 이번 달 쌀을 포함한 식품 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7.8% 뛰면서 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선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근로자들의 파업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올 들어 금융 긴축과 주요 품목의 가격 통제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정부의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무역적자도 5월 말 현재 144억2000만달러를 기록,지난달의 111억달러에서 33억2000만달러가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무역적자 42억5000만달러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다.

수출은 234억달러로 27%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수입이 378억2000만달러로 67% 불어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

무역적자가 확대되면서 달러화 품귀 현상이 빚어져 통화가치도 급락했다.

지난 3월 은행 간 거래에서 1달러당 1만5400동이었던 베트남 동화 가치는 이날 1만6500동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호찌민 증권시장의 VN지수는 20여일째 급락하고 있다.

26일 VN지수는 420.51을 기록,다시 7.54포인트(1.8%) 떨어졌다.

베트남 증시는 27일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 이머징아시아팀 조선주 연구원은 "장 시작 직후 컴퓨터 서버가 마비돼 거래가 중단됐으며 서버 마비 원인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당국이 인위적으로 거래를 막은 것 같지는 않고 단순한 기술 결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가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은 외국인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개월간 외국인 투자는 계약액 기준 153억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배를 나타냈다.

하지만 투자 이행률은 낮은 실정으로,최근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투자 기피 현상도 염려된다.

JP모건체이스는 베트남 경제가 "우려할 만한 상황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메릴린치의 마크 매튜스 전략가도 "인플레이션이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대응책이 너무 늦다"며 "악순환을 끊으려면 오랫동안 분명한 금융 긴축정책을 고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