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올해 처음으로 4월2일을 '자폐증 인식의 날'(Autism Awareness Day)로 정하고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전 세계 27억 인구의 자폐증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로 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자폐아들이 집에서 방치되면서 특수교육은 물론 기초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인권 유린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자폐증 환자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자폐아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폐증은 발달장애의 일종=자폐증은 다른 사람과 잘 사귀지 못하고,의사소통에 장애가 있으며,행동이나 관심의 폭이 제한되는 3대 특성을 지닌다.

우선 눈맞춤 표정 제스처를 통해 또래와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둘째 언어발달이 늦어져 대화를 하더라도 말이 어눌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등 상대방에게 맥락을 전달하지 못한다.

셋째 한 가지 사안에 집착하고 괴성 과잉반응 편식 등 이상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한다.

흔히 자폐증과 가장 혼동하는 게 정신지체다.

정신지체는 주로 유전,기형,독성물질,산소 부족증,아동 학대 등에 따라 지능지수(IQ)가 20~70에 불과하고 학습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경우다.

이에 비해 자폐증은 기초적인 지능이 있어 제한적이나마 학습이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증의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구별하기 힘들 만큼 두 질환이 완벽하게 분리돼 있다고 보긴 어렵다.

자폐증 가운데서도 증상이 경미해 '유사 자폐증'으로 간주되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지능이나 언어구사에 큰 문제가 없고 특별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폐증 어린이가 성장해 직업을 가질 확률은 5~15%로 추정되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왜 발생하고 어떻게 치료하나=어머니의 태내에서 수정란이 비정상적으로 분화 생장하는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2002년 미국 샌디에이고 아동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출생 후 1년 내에 뇌가 지나치게 빨리 자라면 인지와 행동에 적합한 신경회로가 만들어지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으나 정답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아기가 두 돌 전후에 자폐증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므로 2세 이전에 자폐증 검사를 해 조기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치료 방법에서 다른 정신질환과 달리 약물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약물로 과잉운동 공격성 수면장애 등을 부분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나 자폐증 본질 자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학교와 가정에서 미술ㆍ음악ㆍ놀이치료와 특수 언어치료를 하고 자괴감 죄책감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에 휩싸여 있는 가족을 정서적으로 안정시키고 지지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허점 투성이인 자폐아 서비스=국내에서는 정확한 자폐아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작년 9월 말 현재 1만1839명의 자폐증 환자가 보건복지가족부에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구 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전 세계적 역학조사 결과로 볼 때 5만명에 가까운 자폐증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폐아들은 전국 144개 특수학교에 분산돼 지난해 현재 1445명이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신지체 아동과 섞여 있어 특화 된 교육을 받기 어렵고 이마저 중학교 이상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교육 정원이 줄어드는 실정이다.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부모가 일을 하는 경우 자폐증 환자가 낮동안 교육받을 유일한 곳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장애인복지관이다.

전국에 156개가 있지만 수용능력이 크게 부족해 대학 입학보다도 더 어렵다는 게 자폐아 부모들의 하소연이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는 복지관을 건립하지 못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 밖에 자폐아 교육과 관련한 여러 학문 분야 전문가들의 통합된 노력이 부족하고,관련 교육 자격증에 대한 검증과 리모델링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가 결여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안동현 한양대병원 정신과 교수,
피경희 자폐인사랑협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