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조건부 인가하면서 유.선 통신 시장의 '빅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결합상품 규제 등 일부 조건이 붙었지만 정식 인가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SK텔레콤이 '유선' 날개를 달면서 KT그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은 조만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인수 및 피인수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하나로텔레콤은 조신 대표를 비롯한 새 임원진을 임명하는 절차도 밟는다.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시장으로는 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 등 유선시장이 꼽힌다.정부 인가 과정에서는 800메가헤르츠(㎒) 주파수 공동사용(로밍) 및 조기 재배치가 이슈가 됐지만 실제로 이동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이통 3사 황금분할 구도가 정착됐다.게다가 가입자 1명을 새로 유치하는데 20만~30만원의 비용이 들고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그만큼 변동 여지가 크지 않다.반면 KT가 90% 이상 점유한 시내전화 시장은 가입자를 뺏어올 여지가 많다.시내전화 시장은 그동안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사실상 전무했다.

초고속인터넷도 SK텔레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시장 규모는 이동통신의 20%에 불과한 약 4조원 정도지만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TV(IP-TV),인터넷전화(VoIP) 등 연관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SK텔레콤이 무선에서 쌓은 풍부한 자금력을 초고속인터넷에 활용할 공산이 크다.물론 20만원대에 달한 가입자 유치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결합상품 경쟁은 당초 기대보다 활성화가 미뤄질 전망이다.정통부가 인가 조건에 경쟁사 차별 등의 조건을 부여해 SK텔레콤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아직 소비자들도 결합상품을 잘 이해하지 못해 가입 의사가 높지 않다.올해보다는 내년,내년보다는 내후년이 기대되는 시장이다.다만 SK텔레콤이 최근 내놓은 가족할인제도가 조기에 활성화될 경우 하나로의 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IP-TV를 묶은 결합상품도 예상보다 빨리 확산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흔히 SK텔레콤의 영문 이니셜(S)을 활용해 '스몰(Small) KT'라고 부르기도 했다.하지만 하나로 인수를 계기로 '슈퍼(Super) KT'로 거듭나게 됐다.SK텔레콤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 인수 후 사업계획은 이제 확정하는 단계"라며 "결합상품에서 일부 규제를 받지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컨버전스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계기로 KT의 KTF 합병 작업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KT그룹은 최근 그룹전략CFT(크로스펑셔널팀)를 만들고 양사 합병 계획을 짜고 있다.2~3년 내에 합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기가 훨씬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