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당뇨병 약을 같이 먹어도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인슐린을 썼는데 순간 고혈당을 커버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약물치료의 한계와 대처법을 이원영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병용 요법을 해도 혈당이 쉽사리 조절되지 않는 이유= 장기적으로 혈당이 잘 조절되는지는 당화혈색소(HbA1c)가 참고기준이 된다.

당화혈색소란 혈당이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와 결합한 비율로 7% 이하(최근엔 6.5% 이하로 낮아짐)여야 하며 높을수록 좋지 않다.

만성 당뇨병 환자의 경우 대규모 임상 실험에서 당화혈색소가 7% 이하로 유지되는 비율이 약 30%에 불과할 정도로 혈당조절이 쉽지 않다.

이는 당뇨병으로 처음 진단됐을 때 이미 인슐린 분비능력이 50%가량 감소돼 있을 뿐 아니라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밖에 충분한 용량으로 치료하지 않은 경우와 약물 복용 순응도가 낮은 경우,운동ㆍ식사요법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약효를 감소시키는 상호작용을 하는 약물을 복용한 경우에 기대한 만큼 혈당 강하효과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경구약을 한 가지만 쓰다가 혈당조절 효과가 떨어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점차 두 가지,세 가지로 늘리는데 이마저 유효기간이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당뇨병에 걸린 지 15년이 넘은 환자의 50%가량은 인슐린을 맞아야 한다.

◆1차 약으로는 메트포르민이 기본= 2005년 이후 당뇨병 환자에게 처음 쓰는 약으로 메트포르민이 기존 설폰요소제를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1차적으로 운동 절식 등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한 다음 혈당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약제 사용을 권고했으나 지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당뇨병이 악화되고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어서 처음부터 메트포르민 복용과 생활개선을 병행하는 추세다.

이 약을 1차로 사용하는 이유는 첫째 간에서의 당이 새로 합성되는 것을 감소시켜 세포의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둘째는 말초조직에서 포도당 연소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해 비만한 환자에게 유용해서다.

당독성과 지방독성을 감소시켜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을 개선시키며 대사증후군 개선,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완화,심혈관보호 등에도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병합요법의 기본요건은 당화혈색소 강하능력=환자의 최초 고혈당 정도가 약제선택의 중요한 요인이다.

대개 당화혈색소가 8.5% 이상이면 혈당강하 효과가 빠르고 강한 설폰요소제를 선택하거나 메트포르민과의 병합요법을 처음부터 실시한다.

10.5% 이상인 경우에는 인슐린을 투여하게 된다.

7.5% 이하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혈당강하 효과가 작은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환자가 대사증후군을 동반하고 있거나 인슐린 저항성을 보이면 글리타존 계열의 약물을 써서 인슐린 민감도를 올리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혼합형 인슐린은 사각지대 존재=정상인의 인슐린 분비는 하루 종일 기초적으로 분비되는 기저 인슐린과 음식을 먹고 난 후 분비되는 식후 인슐린으로 이뤄진다.

이런 생리적 요구에 부합하려면 다회 투여법(기저 인슐린+매 식사 후 초속효성 인슐린 등 최소 4회 투여)이나 인슐린 펌프 치료가 이상적이다.

그러나 다회 인슐린 투여법은 환자들의 순응도가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실제로는 중간형+초속효성을 혼합한 인슐린을 하루 두 번 아침 식전과 저녁 식전에 투여하는 방법이 시행되고 있다.

혼합형 인슐린은 사각지대인 점심식사 후의 고혈당과 식사 직전 고혈당을 조절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다회 인슐린 주사법을 대신하고 식후 고혈당 등 혈당을 전반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으로 여겨진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