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경제연대협정(EPA)에 합의해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일본과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지난 2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경제장관회담을 갖고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EPA 체결에 합의했다.

양측은 오는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일본과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협정에 정식 조인한 뒤 내년 4월부터 발효시킬 계획이다.

일본이 지역연합과 EPA 협정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일본에 앞서 아세안과 FTA를 맺은 상태다.

일본은 이 협정을 통해 아세안으로부터의 수입품 90%(수입액 기준)에 해당하는 공산품과 열대과일 등의 관세를 즉각 철폐키로 했다.

나머지 9% 부분에 대해선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거나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쌀 설탕 유제품 등 나머지 1%는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규정했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아세안 주요 6개국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품 90%에 대한 관세를 10년 내에 철폐하고,베트남은 앞으로 15년 안에 수입품 90%에 대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일본이 아세안과 EPA를 체결하면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의 자동차·가전 기업들은 본국으로부터 부품을 들여올 때 관세 부담이 없어져 완성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 한국과 중국 일본 아세안 호주 인도 등을 포함해 추진되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아세안과 공동 출자해 오는 11월 '동아시아·아세안 경제연구센터'를 설립,동아시아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역할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연구센터는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지원하기 위한 경제동향 분석과 관련 정책제언 등을 담당하게 된다.


[ 용어풀이 ]

◆EPA(경제연대 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국가 간 상품교역에서 관세철폐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관세철폐뿐만 아니라 투자,인적교류 등 폭넓은 분야에서 경제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협정이다.

각종 규제 완화와 지식재산권 보호 등 비즈니스 환경 개선 등도 포함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