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성안길 상권은 지방의 도청소재지 도시 중 구도심 상권이 가장 활성화 된 곳으로 꼽힌다. 대부분 도시에서 소비자들이 신흥상권으로 빠져나가면서 구도심 상권이 홍역을 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청주 성안길에만 있는 특유한 현상은 또 있다. 롯데 영플라자가 이 상권 안에 있는 청주백화점 자리에 들어섰지만 쇼핑객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는 것. 상점가의 개인 점포들이 같은 업종으로 진출한 유통 대기업을 압도하는 희귀한 사례다.

상점가가 발달한 곳에서 쇼핑몰이 고전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여기선 다르다. 성안길 이면도로변에 있는 '쥬네쓰' 쇼핑몰에 들어간 매장들은 장사가 잘 된다. 이 쇼핑몰 안의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에는 1020세대들이 넘쳐난다. 영화를 보고난 관객은 이 쇼핑몰 건너편 음식점으로 몰려간다. 다른 가게들까지 살찌워주는 '앵커 스토어' 역할을 톡톡이 하는 셈. 이에 따라 성안길 상권에서는 업종 선택의 폭이 다른 도시에 비해 넓은 편이다. 당분간 성안길을 능가하는 신흥상권이 청주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성안길의 주력 업종은 의류 잡화 신발 등 패션이다.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상권분석팀장은 "성안길 도로변 가게는 월세가 최소 1000만원 이상으로 패션업체 직영점이 대부분"이라며 "의류업종은 포화상태라 개인이 창업해 도전하기 힘들며,풍부한 여성 유동인구를 감안하면 도로변 1층에서는 화장품점이 더 유망하다"고 말했다.

월세가 비싼 1층에 패션점을 고집하기보다 2,3층에 커피전문점이나 아이스크림점을 여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패스트푸드점도 더 생길 여지가 많다. 토스트나 피자점,김밥집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대표는 "이면골목에 가게를 얻어 샤브샤브,감자탕,부대찌개 등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앞 남사로 길을 건너 육거리시장 쪽으로 가면 유동인구 연령대가 30~50대로 높아진다. 장보러 온 주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여기에서는 유명 브랜드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일단 가격이 싸야 하므로 1000원 균일가 생활용품점 장사가 잘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