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계역 상권은 경기도 안양에서 최고 노른자 상권으로 발돋움했다.

이렇게 상권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1990년 생긴 평촌 신도시의 탄생이다.

5만2450여가구가 밀집해 있는 평촌 신도시를 기반으로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평촌역 등과 연결돼 30분 만에 서울지역 진입이 가능하고 수원,과천,광명을 연결하는 20여개 버스 노선이 있어 외부인구가 유입할 만한 교통 여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범계역 반경 2km 안에 6000여가구가 사는 아파트 주거단지가 형성돼 있고 킴스클럽,뉴코아아울렛,엔씨백화점과 같은 대형 소매점들이 있어 평일 낮시간에도 주부들로 상권 일대가 북적댄다.

주말에는 안양 일대의 유동인구가 모여 하루 평균 3만명 정도가 이 상권을 찾는다.

먹는 장사 치열하다

젊은층과 30∼40대 주부들의 유입이 많은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한 의류,화장품,호프점 등이 많다.

범계역 2,3번 출구와 통하는 로데오거리는 저녁 6시를 전후해 다양한 연령층이 몰려든다.

로데오거리 양쪽에 마주보고 서 있는 건물 1층 가게에는 주로 젊은층을 겨냥한 분식점,액세서리,보세 의류점,화장품 전문점 등이 입점해 있다.

서울 건대입구역 상권과 비슷한 점은 한 건물안에 PC방,비디오방과 같은 오락시설과 호프집,노래방 등의 유흥업소가 공존한다는 점.현재 도로 1층 10평짜리 점포를 기준으로 권리금 3억∼5억원,보증금 5000만∼1억원가량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임대료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700만∼800만원대 수준이라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말한다.

일식집 '모리모리'의 이창 사장은 "매출은 월 평균 7000만원 정도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안심할 수 없다"며 "올초만 해도 비슷한 업종의 가게가 여덟 군데 있었으나 현재 두 곳만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주로 메밀 국수와 우동 등 면(麵) 종류를 팔기 때문에 객단가는 5000원 안팎으로 싼 편이나,손으로 직접 면을 뽑고 만드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이 상권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권리금 4억원에 보증금 1억원으로 월세는 800만원 정도다.

맞은편에 위치한 원할머니보쌈도 매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게 중 하나다.

평일에는 3∼4번 정도의 테이블 회전(손님이 식사하고 나가는 빈도)이 이뤄지고 주말에는 5회까지 가능할 정도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금산 원할머니보쌈 범계점 사장은 "저녁 6∼7시 사이에 손님이 없는 음식점은 1년 안에 망해 나간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며 "식당이 최근 들어 늘고 있으나 맛이 따라가지 못해 문 닫는 집이 많다"고 말했다.

젊은 커플들이 많이 모여들면서 액세서리 가게도 다른 상권에 비해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각종 주얼리를 파는 르자르(Le ZARR)의 임중섭 과장은 "5년 전에 개업했는데 매출은 매년 20∼30%가량 오르고 있다"며 "젊은층이 많이 와 주로 30만∼50만원의 커플링이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5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얼리점 로이드(LLOYD)의 관계자는 "하루 평균 300만∼4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임대료가 비싸 현상유지를 할 뿐"이라며 "범계역 상권도 강남 못지 않은 씀씀이를 가진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60만∼70만원 하는 보석 세트도 심심치 않게 팔리고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가게의 지난달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가량 늘어났다.

의류,화장품 매출 양극화

로데오거리 상가에 입점해 있는 화장품 전문점과 의류 가게는 주로 중저가 제품을 취급하지만 장사는 예전같지 않다는 게 관련 업종 상인들의 말이다.

화장품 전문점 '휴플레이스'도 그 중 한 곳.한 달 매출이 2000만∼3000만원 정도여서 월세 800만원을 내기도 벅차다고 점주는 하소연했다.

그는 "10만원대 이상의 고급 화장품은 근처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명품족 여성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이곳에는 주로 주부들이나 지갑이 얇은 10대와 20대들이 자주 오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맞은편에 위치한 스포츠 의류 전문점인 아디다스 매장도 떨어지는 매출로 비상이 걸렸다.

이승찬 아디다스 범계역점 매니저는 "하루 매출은 평균 200만원 수준으로 작년에 비해 15%가량 매출이 떨어졌다"며 "아예 비싼 옷은 백화점 명품매장을 찾고,싼 옷은 주로 보세 옷가게를 찾아 고객의 구매행태에도 양극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주로 소액으로 창업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커피숍이나 의류점 자리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음식점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변 아파트 중에는 서울 강남 지역 못지 않은 시세를 유지하는 곳이 간혹 있다.

서울의 사당동이나 양재동에도 평당 1200만원 하는 곳이 있는 데 비해 평촌에는 이보다 더 비싼 평당 1300만원짜리 아파트가 있다는 얘기다.

이 중 목련 6,7단지는 범계역과 가깝고 범계초등·중학교 및 평촌고와 인접해 있어 30평 기준 4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