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용지 제조업체인 페이퍼코리아(옛 세풍)의 이연희 사장(50)은 요즘 제지업계 월급쟁이 사장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고 있다.

한솔제지의 재무기획 이사로 재직하다 부회장인 구형우 회장과 함께 회사를 나와 페이퍼코리아의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 회사의 기존 최대주주인 버추얼텍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오너'가 됐다.

이 사장은 "국내 신문용지 업체 대부분이 외국 기업에 넘어간 가운데 구 회장과 나 같은 종이 전문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60년 넘은 토종 기업의 역사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제시대인 1944년 '왕자제지'로 출범한 페이퍼코리아는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뒤 2002년 서지현 사장이 이끄는 정보기술(IT) 업체인 버추얼텍에 인수됐다.

이때 이 사장과 구 회장이 페이퍼코리아로 자리를 옮겨와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을 펼쳤다. 이후 페이퍼코리아는 1140%에 이르던 부채 비율이 현재 120%대로 낮아지는 등 재무 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제지업계에선 처음으로 '도요타 생산시스템(TPS)'을 도입하는 등 원가를 절감하는 데 주력했지요. 이러다 보니 다른 경쟁업체들이 대부분 적자를 내는 상황 속에서도 3년간 지속적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실제 지난해 경기 침체로 인한 신문 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페이퍼코리아는 1614억원 매출에 4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는 응용 상품 등을 개발해 틈새 시장을 개척한다면 제지 시장의 장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페이퍼코리아는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전북 군산공장에 50억원을 투입해 디지털 카메라용 인화지 생산설비를 세웠다.

다음 달 1일 시제품을 낼 계획이다.

"인화지는 이제껏 미국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왔지만 우리가 만드는 제품 값이 싸면서도 품질은 오히려 나아 수입대체 효과가 클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

이 사장은 인쇄용지 선두업체인 한솔제지와의 합병설 등 업계 소문과 관련,"돌이켜 생각해 볼 때 한솔의 신문용지 사업 매각은 분명 애석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한솔제지와 어떤 형태로든 제휴 관계를 맺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한솔제지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달라졌다면 예전엔 우리가 한솔에 가서 공장 시스템을 배웠지만 지금은 한솔측에서 사람을 보내 우리 시스템을 배우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