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구월동 상권은 1980년대만 해도 논밭에 불과하던 곳이다.

구획정리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진행돼 왔지만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인 상권이 형성됐다.

인천시청에서 종합터미널까지 500여m 구간에 백화점과 할인점,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이 생겨났고 인천지방경찰청과 금융기관 등 업무시설들이 밀집되기 시작한 것.1999년 인천 지하철 예술회관역이 개통된 것도 호재가 됐다.

8~10층짜리 빌딩 꼭대기까지 식당,호프,비디오방,병원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이 분당 일산 등 신도시 중심 상권과 비슷하다.

신흥상권의 전형적인 모양새다.

친구와 밥을 먹으러 구월동에 나왔다는 대학생 오정희씨(22)는 "10대들이 늦게까지 몰려다니는 부평역보다 분위기가 깨끗하다"며 "백화점 쇼핑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점주들의 자체적인 정화활동도 구월동이 단기간에 신흥상권으로 자리잡은 배경으로 꼽힌다.

'삐끼'를 고용하지 않고 전단지 뿌리기도 최소한 자제,소비자들이 짜증나지 않고 상권을 돌아다니도록 배려한 것.그래서인지 주소비층인 20~30대 중에서도 여성의 비중이 높다.

낮에는 비교적 한산하다.

주변 국민연금관리공단,한국토지공사,농협 등에서 직원들이 나와 점심을 해결하는 정도다.

하지만 오후 5시 가까이 되면 신세계백화점 앞 횡단보도가 직장인과 대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김대호 '최강돼지' 삼겹살집 사장은 "초저녁부터 술 손님이 많다"며 "저녁 8시면 백화점 직원들이,12시면 식당일을 마친 점주들이 차례로 들어와 새벽 3시까지 테이블당 6~7회 손님이 바뀐다"고 말했다.

실평수 40평에 테이블이 24개로 고깃집에서는 작은 편인 110cm짜리 탁자를 최대한 많이 놓았다.

특히 국민은행 이면골목 광장 주변은 새벽까지 술 손님이 이어진다.

이에 따라 이곳 주점들은 오후 5시께 문을 연 직후 매장 청소에 나선다.

강화구 '굽스' 사장은 "아침 7시가 넘어야 문을 닫기 때문에 정리하고 퇴근할 여력이 없다"며 "나이트클럽이 있어 새벽장사가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빌딩마다 지하 주차장이 있어도 차를 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석마을공인 정길용 대표는 "술을 먹기로 마음 먹고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차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롯데백화점 근방이 오히려 한적한 것도 일반적인 역세권과 차이를 보여준다.

즉 지나가는 뜨내기 손님보다는 소비목적이 뚜렷한 단골 위주다.

자연히 음식맛이나 서비스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이 빠르게 돌아온다.

정 대표는 "배후수요에 비해 상권 규모가 작아 다 잘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단골의 입소문에 따라 승패가 금방 갈리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광장 주변은 지짐이,투다리,꼬챙이 등 프랜차이즈 주점들이 몰려 '메뉴 경쟁'을 치르고 있다.

1만~1만2000원에 세 가지 이상의 안주를 내놓는 세트 메뉴는 필수다.

두 명의 주방장을 두는 곳도 있을 만큼 음식의 질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갖가지 서비스 안주로 경쟁점들을 긴장시켰던 한 프랜차이즈 체인점도 음식맛이 뒤떨어져 기대 이하의 매출을 올린다는 게 점주들의 귀띔이다.

가게 입지가 2층 이상이거나 1층이라도 건물 안쪽에 있으면 고전을 겪는 일이 많다.

건물 2층에서 최근 문을 연 '퓨전 순대바'도 원래는 호프집이 있던 자리.정명훈 지배인은 "독특한 순대 메뉴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위치상 손님끌기가 쉽지 않다"며 "한 달째 전단지를 돌리느라 정신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광장 주변 2~3층에 있는 100평 이상의 대형 호프집들은 괜찮은 편.호프집 '해적'의 윤아모 매니저는 "젊은층의 눈에 띄기 위해 내부를 각종 소품과 실물 모형으로 독특하게 꾸몄다"며 "실평수 140평에 평일 하루 300~400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테이블 당 단가는 3만원 선.규모가 큰 곳이 많고 젊은층이 선호하는 분위기를 따라가야 하는 만큼 인테리어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광장 주변의 경우 1층 20평 자리가 보증금 1억8000만원에 월세 750만원 정도.권리금은 3억~4억원에 이른다.

북적대는 광장 주변과 달리 롯데백화점 앞은 조용하다.

다산공인 정혜숙 대표는 "저녁 8시에 백화점이 문을 닫는 데다 구월여중과 경찰청이 상권을 가로막고 있어 여기는 C급지로 꼽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옆 국남빌딩 부지는 불경기 탓에 아직 공터로 남아있다.

작년 가을에 개장한 맞은 편 우창프라자도 분양사무실로 쓰던 1층이 아직 비어있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구월여중 자리를 상업용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기대하고 있다"며 "개발이 이뤄질 경우 건너편 구월 주공아파트와 인천시청으로까지 상권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