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걸이 TV' 시장을 둘러싼 한·일 대전이 시작됐다.

일본 전자업계의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마쓰시타전기가 '타도 삼성'을 선언하며 공격 경영에 나섰기 때문이다.

'파나소닉' 브랜드로 잘 알려진 마쓰시타는 6년에 걸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우량 기업으로 부활한 상태.올 1분기에는 매출 2조1300억엔(전년 대비 4% 증가)에 영업이익 651억엔(41% 증가)을 올렸다.



기력을 되찾은 옛 '가전 명가(名家)'인 마쓰시타와 '신흥 강자'로 부상한 삼성·LG 간 최대 격전지는 벽걸이 TV다.

마쓰시타는 전기 전자 조명 통신 등을 망라한 종합 전자업체이지만 최근 들어선 성장 전망이 밝은 벽걸이 TV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그 중에서도 PDP 부문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30일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마쓰시타는 지난 2분기 74만장의 패널을 판매,시장점유율 30.9%로 1위에 올랐다.

올 1분기 1위였던 LG전자는 71만여장(29.9%)을 판매해 2위로 떨어졌고 삼성SDI는 56만장으로 3위에 그쳤다.

마쓰시타는 PDP TV 시장에서도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상당한 격차로 누르고 '절대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마쓰시타는 LCD 시장에선 삼성 LG의 적수가 못 되고 있다.

마쓰시타는 LCD 패널을 생산하지 않으며 이 탓에 LCD TV 시장 점유율도 5.3%로 삼성전자(12.5%)와 LG전자(6.9%)에 크게 밀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PDP업계 1위인 마쓰시타가 3위 업체인 삼성전자를 굳이 라이벌로 꼽은 이유도 삼성전자의 LCD 사업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CD 패널이 예상보다 빨리 PDP의 영역인 40인치대로 들어온 데다 삼성전자의 LCD TV가 인기를 끌면서 PDP 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마쓰시타가 'PDP 공급 과잉' 논란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LCD 진영의 공세를 막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마쓰시타는 지난달 말부터 효고현 아마가사키 공장의 PDP 생산량을 연간 150만장에서 342만장 규모로 두 배 이상 늘린 데 이어 내년까지 1800억엔을 투입해 아마가사키에 추가 공장을 건설,2008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 TV가 예상보다 빠르게 주도권을 넓혀가자 마쓰시타가 스스로 긴장감을 환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삼성전자는 PDP만을 생산하는 마쓰시타와 달리 LCD PDP 양 날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한결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형호·오상헌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