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많은 기업들이 개인파산자의 임용을 제한한 국가공무원법 관련 조항에 따라 회사 인사 규정에 개인파산을 취업결격 사유나 당연퇴직 사유로 명시하고 있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2부(이근윤 부장판사)는 개인파산을 선고받은 지 두 달 만에 해고당한 이모씨가 서울메트로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19일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가 파산을 했다고 해서 직장이나 동료에게 피해를 주거나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회 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이 이씨에게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개인의 낭비벽보다 사업 실패나 보증 피해 등이 파산의 주요 원인인 상황에서 파산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가 소속 직장의 품위를 손상시킨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메트로는 인사규정에서 개인파산을 선고받은 근로자는 당연퇴직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기업의 사규도 (근로기준법 등) 법률에 어긋나는 것은 무효"라며 "근로자가 파산에 이른 경위나 그에 따른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파산을 선고받은 경우 예외 없이 퇴직을 시키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개인파산 전문 김관기 변호사는 "개인파산자에게 재기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판결"이라며 "개인파산을 임용제한 사유로 규정한 국가공무원법도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