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신바시에 있는 튀김덮밥 체인점인 덴동텐야. 중산층 직장인이 주

日 완전고용의 역설… 일손 부족에 '오모테나시' 사라졌다

입력 2018-04-09 19:11:30 수정 2018-04-11 10:01:15
현장에서

서비스업 대부분이 비정규직
그 중 36%가 55세 이상 고령층
베트남 등 외국인 고용 크게 늘고
영업시간 단축·자동화 확산으로
'서비스 천국'이란 명성 무색해져

김동욱 도쿄 특파원
일본 도쿄 신바시에 있는 튀김덮밥 체인점인 덴동텐야. 중산층 직장인이 주로 식사하는 이곳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직원 세 명은 모두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온 아르바이트생이다. 밀려드는 손님에 지친 탓인지 주문받는 것도 건성이고, 나온 음식도 테이블에 툭 올려놓는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인근 시바코엔에 있는 중국 음식점 명화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인 종업원의 일본어가 서툴러 음식이 잘못 나오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일본은 ‘서비스 천국’이었다. ‘천국’을 넘어 ‘서비스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무릎을 꿇은 채 주문을 받는 음식점 종업원, 물건을 사면 문 앞까지 배웅 나와 손님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허리 굽혀 인사하는 점원. 또 시시때때로 객실을 방문해 고객 요구를 듣고 침구를 정리하는 료칸 직원, 반들거리는 차량에 흰 장갑을 끼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택시기사의 모습은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이기도 했다. 진심으로 손님을 접대한다는 뜻을 담은 ‘오모테나시’라는 표현은 세계 각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선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질이 예전같지 않다”는 지적이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다베로그 등 일본의 음식점 소개 온라인 사이트에선 음식점 직원의 불친절에 대한 불만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고급 요정 교토깃초에서 손님이 먹다 남긴 회를 재사용해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긴 이후 여러 음식점에서 일부 반찬류를 재사용한다는 ‘쓰카이마와시’ 우려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 천국’이라는 일본의 명성이 흔들리는 배경으로 인구구조 변동에 따른 고용시장 변화를 꼽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업률 2.5%(2월)의 완전고용 상태에 업체마다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게 되면서 취업자의 서비스 수준과 마인드가 약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5~6년 전만 해도 취업난에 ‘슈카쓰(就活: 취업준비 활동)’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지만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시행 이후 구직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면서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은 2007년 이후 인구가 줄곧 감소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가파르게 줄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구인난이 심각하다. 올 2월 일본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은 1.58배로 44년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접객업 등 서비스업 분야 유효구인배율은 3.85배로 일손이 더욱 부족하다.

서비스업 인력의 대다수는 비숙련 비정규직이 채우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비정규 근로자는 2036만 명으로 이 중 49.0%인 997만 명이 파트타임 근로자였고 20.5%인 417만 명은 아르바이트 형태였다. 비정규직 대다수는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중 5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36.2%)을 차지해 서비스 질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서비스 업종에서 점점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자동화와 외국인 인력 활용으로 숨통을 틔우는 상황이다. 주요 편의점 매장에서 자동결제가 확산되고 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접객 서비스도 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미쓰비시지쇼가 도쿄 번화가인 마루노우치에 건설한 오피스빌딩 식당가에는 경비, 시설안내, 청소 등을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 직원 없이 로봇이 체크인과 청소를 담당하는 ‘이상한 호텔’도 성업 중이다.

부족인력의 상당수를 외국인으로 대체하는 것도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요인이다. 언어·문화적 차이로 일본 특유의 섬세한 서비스를 재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일본 사회는 외국인이 일하기에 배타적 사회였지만 일손 부족으로 외국인 고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127만867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0% 폭증했다. 중국(29.1%), 베트남(18.8%), 필리핀(11.5%) 등에서 유입되고 있다.

인력 부족이 지속되자 일본 서비스업체 상당수는 궁여지책으로 영업시간도 줄이고 있다. 유명 레스토랑 체인 스카이라크는 지난해 24시간 운영하는 매장 수를 1000개에서 400개로 줄였다. 모스버거, 로열호스트, 가스트 등 유명 요식업 체인도 최근 몇 년간 영업시간을 잇따라 단축했다. 모두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서비스 악화’에 해당한다.

일본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서비스 왕국’ 일본을 뒤흔들고 있다.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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