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어 몇번의 주말이 지나는 동안 잔설이 얼어붙은 서울 근교산만 찾았었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매서운 추위와 독한 눈보라가 그립기도 했다. 때마침 지난주 금요일(12일), 강원산간 지역 눈 소식과 함께 ‘최강 한파’ 소식이 들려왔다. 소한과 대한 사이에서 노닐던 동장군이 비로소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모양이다. 그래!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이한치한(以寒治寒)이라 했겠다. 금요일 오후, 지체없이 ‘함백산행’이 공지된 고교동문산악회 밴드를 클릭해 참석을 알렸다. 그렇게 배낭을 꾸려 추위가 최고조에 달한 토요일 새벽, 동장군을 영접하러 집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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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DIGITAL CAMERA 구절양장을 돌아 오른 버스는 만항재(해발 1330m)에 멈춰섰다. 강원도 정선 고한읍과 태백 혈동, 영월 상동읍이 경계를 이루는 고개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고개 중 가장 높다. 각지에서 몰려온 버스와 산객들로 산들머리는 이미 초만원이다. 방한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설산 속으로 줄지어 오르는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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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1330m)에서 함백산 정상(1573m)까지 거리는 3km, 표고차는 243m다. 날씨만 포근하다면 더없이 만만한 코스다. 그런데 오늘은 결코 그렇지 않다. 산속 골바람은 견딜만 했다. 그러나 숲을 벗어나 바람 피할 곳 없는 정상부가 가까워지자, 삭풍이 세차게 귓불을 할퀴며 심술을 부렸다. 가히 ‘최강의 한파’답다. 지난 여름 이곳에 서 맞닥뜨린 ‘극한의 더위’가 떠올랐다. 극과 극이다. 만사 뜨뜻미지근한 것은 싫다. 분명한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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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정상((1573m). 톱날처럼 솟아오른 여러 바위들 틈에 정상석이 우뚝하다. 천지사방이 순백이다. 매서운 눈보라와 칼바람에 눈(眼)을 떠 눈(雪)을 바라 볼 수가 없다. 살을 에는 독한 칼바람이 인내를 시험코자 덤벼든다. 채 1분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정상 인증샷을 위해 스맛폰을 꺼냈으나 곧바로 먹통이다. 혹한의 해발 1573m에서 스맛폰 배터리는 무용지물이다. 참으로 동장군의 기세가 막강하다. 스맛폰 다운으로 작동 중이던 산행기록 어플도 동반 사망해버렸으니…
허겁지겁 정상부를 벗어나 헬기장 아래로 칼바람을 피했다. 코 앞에 함백산의 랜드마크 격인 주목이 아는 체 했다. 지난 여름 만났을 시 ‘겨울에 다시 오마’라고 했는데 헛헛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제자리 지키는 주목은 만고풍상 겪으면서도 꼿꼿하고 의연하다.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이다.
두문동재(싸리재) 방향 능선길로 들어섰다. 수북하게 쌓인 눈길이지만 앞서 걸음한 산객들로 인해 고랑이 생겨 걷기가 수월했다. 중함백 조금 못미쳐 안부에 자리를 폈다. 눈길을 헤치느라 체력 소모가 커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다. 땀에 젖은 옷 속으로 한기가 스며들고 물기 머금은 장갑은 이내 얼어 뻣뻣하다. 손끝은 아릴 정도로 시리다. 준비해 온 비닐을 펼쳐 뒤집어 썼다. 비닐 속에 열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일행이 건넨 소주 일잔이 전류처럼 온몸 구석구석 번진다. 방전된 체력을 그렇게 충전했다.(함께한 일행은 고교 동문 후배들)
순백의 눈고랑을 따라 다시 걸음을 서둘렀다. 중함백 봉우리를 넘어 적조암 삼거리에 이르자, 구름사이로 잠깐씩 햇살이 내비췄다. 날머리로 잡은 두문동재까지는 3.2km, 결코 만만치 않은 봉우리, 은대봉(1442.3m)을 넘어야 한다. 여러번 걸음 한 함백산이다. 특히 겨울 함백산은 묘한 끌림이 있다. 왜일까? 상고대 뒤덮힌 백두대간 능선을 딛고 서면 솜털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다. 이러한 몽환적 풍광에 이끌려 홀린 듯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은빛찬란한 풍광에 빠져 까칠한 은대봉(1442.3m) 오름길을 힘든 줄 모르고 올라섰다. 지나온 함백산 정상은 어느새 아스라이 물러나 있고, 두문동재 건너 금대봉(1,418m)이 바짝 다가섰다. 마주하고 있는 금대봉과 은대봉은, 감춰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태백산 정암사의 금탑과 은탑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짧은 겨울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은대봉에 길게 그림자가 드리웠다. 걸음을 서두르란 시그널이다.
뒤처진 몇몇을 은대봉에서 기다려 함께 두문동재(싸리재)로 내려섰다. 정선군 고한과 태백시 경계선인 이 재를 두고 태백에서는 싸리재, 고한에서는 두문동재라 부른다. 엄청난 적설량, 눈보라, 상고대, 그리고 독한 칼바람까지, 강원 설산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았다. 산행 내내 은빛찬란한 풍광에 眼球도 모처럼 호사를 누렸다. 세속에 찌들어 팍팍해진 가슴도 촉촉해진 느낌이다. 함백산에서 충전된 순백의 풍광은 오랜 시간, 뇌리에 머물 것 같다.
OLYMPUS DIGITAL CAMERA 만항재 -> 함백산 -> 중함백 -> 적조암삼거리 -> 은대봉 -> 두문동재(싸리재)
박세리 전 국가대표 골프팀 감독이 소유한 대전 유성구 부동산이 강제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16일 여성동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박세리가 소유한 대전 유성구 부동산 2개에 대한 강제 경매 개시 결정을 내렸다.이중 한 곳은 539.4㎡ 규모의 대지에 올라간 4층짜리 건물로, 2022년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공개되기도 했다. 다른 한 곳은 1785㎡ 규모의 대지와 해당 대지에 건축된 주택, 차고, 업무시설 등으로, 박세리의 부모가 거주 중으로 알려졌다.경매에 넘어간 두 부동산은 박세리와 그의 부친이 2000년에 절반씩의 지분비율로 취득했다.하지만 부친의 복잡한 채무관계로 인해 수차례 경매에 넘어간 바 있다.우선 2016년엔 13억원가량의 빚 문제로 경매에 넘어갔다. 해당 사건은 2017년 7월 취하됐고, 박세리는 부친의 지분을 전부 인수했다.하지만 또 다른 채권자가 나타나면서 강제 경매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박세리가 낸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해 경매 집행이 일단 정지된 상태다. 현재 박세리와 채권자 측은 해당 부동산을 두고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를 비롯한 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박세리희망재단은 작년 9월 부친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여긴 올 때마다 죄다 바뀌어 있으니 도통 지리 파악이 안 되네."14일 정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 한 시민이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지나가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온은 32도까지 올랐다. 단 몇분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흐르는 날씨. 땡볕이 내리쬐는데도 카페거리 골목 안쪽엔 팝업스토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는 20~30대로 가득했다. 외국인도 심심찮게 보였다. 경기 성남에서 화장품 브랜드 '힌스' 팝업 스토어를 구경하기 위해 성수동에 방문했다는 20대 대학생 이모 씨는 "올 때마다 달라져 있는 거리의 모습이 좋다"며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를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은 단연 성수를 '핫플' 중 1등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카페거리 안쪽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만난 인근 주민의 의견은 달랐다. 40대 최모 씨는 "최근 몇 년 새 이곳 유동 인구가 늘어 좋으면서도, 최근엔 공사 소음과 교통 불편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데, 매번 공사를 하고 남은 폐목재가 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경우가 많아 분진에 대한 걱정도 된다"고 푸념했다. 이날 카페거리 일대에선 팝업스토어를 새로 짓거나, 철거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폐기물 트럭들이 골목을 가로막는 바람에 차량끼리 경적을 울리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거리에 덩그러니 버려진 상자부터, 목재, 영업장용 종량제 봉투도 곳곳에 있었다. 대(大) 팝업(pop-up)의 시대다. 팝업스토어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잠시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최근 기업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팝업스토어
보건복지부는 16일 대한의사협회가 내놓은 3대 대정부 요구안에 대해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의협은 이날 정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 3대 요구안을 제시하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앞서 예고한 ‘18일 집단 휴진’ 보류 여부를 전회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23시까지 정부가 답변을 하라고 요구했다.이에 대해 복지부는 자료를 통해 “의협이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의대 증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한 정부 입장은 그대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이 조건 없이 집단행동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이에 대해 의협은 “정부가 의료사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집단 휴진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