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 제조업의 주도권은 어디로 갈 것인가.

미국 독일 중국 아니면 한국”’. 기자는 2010년대에도 세계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는 일본이 될 것으로 본다.

일본은 고도 성장기인 1960년대 이후 가전 자동차 디지털 제품 등 잇따른 선도 산업을 통해 ‘제조 왕국’의 자리를 지켜왔다.

중국은 대량 생산을 통해 ‘세계의 공장’이 됐지만, 핵심 기술 이나 기계 장비 등에서 오히려 일제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이 5년 뒤에도 세계 제조업을 리드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로봇산업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산업용 로봇 부문에서 세계 1위 자리를 확고히 차지하고 있다. 현재 세계공장에서 가동중인 산업용 로봇의 60%가 일본산 제품이다.

일본은 21세기 전략산업의 하나로 로봇산업을 책정, 정부와 민간 기업이 손잡고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산업용 로봇에 이어 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이미 애완용 로봇은 상용화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애완용 로봇에 이어 경비용 간호용 청소용 다양한 신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오는 2010년께부터 로봇 제품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 것을 내다보고 있다.

일본내 로봇시장 규모만 해도 현재 5000억엔선 에서 2010년 1조8000억엔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지역에서는 오사카 후쿠오카 쯔쿠바 센다이 등이 로봇산업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간사이( 일본 서부지역)의 중심 도시인 오사카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

전통의 상업 중심지 오사카는 도쿄와 경쟁해온 일본의 경제 중심지였다.

그러나 중소 제조기업이 많아 1990년 이후 장기불황이 이어지면서 경제적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봤다.

2000년대 들어서는 도요타자동차의 본고장인 나고야로부터도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시 정부와 지역의 중소,중견기업들이 도시 재생 차원에서 로봇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왔다.

오사카에서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다양한 로봇관련 행사가 열려 로봇관련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로봇컵 2005, 로봇 전시회, 로봇투자 설명회 등이 열려 로봇메카로 탈바꿈하려는 오사카의 비전을 보여줬다.

올해 9회째인 로봇컵대회에서는 각국 로봇들이 축구와 구조 활동을 통해 기술 수준을 선보였다.

인덱스오사카 경기장에는 35도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 31개 국에서 333개팀, 2000여명이 참여해 실력을 겨뤘다.

오사카팀은 인간형 로봇 시합에서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 세계 최고 기술을 과시했다.

마사키 히로시 오사카부 홍보실장은 “로봇축구는 게임이 아니라 인간형 로봇의 실용화 기술을 보여주는 마당 “이라며 “산업용에 이어 인간형 로봇에서도 일본이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자랑했다.

‘로봇전시회 2005’에는 소니 후지쓰 등 100여개 기업이 최신 제품을 선보였다.

애완용부터 재해 발생때 인명을 구조하는 로봇, 대형 수족관을 청소하는 로봇 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해 로봇시장의 미래를 보여줬다.

지난 15일 오사카시가 운영하는 로봇래버러토리빌딩에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도 열렸다.

오사카역앞 화물 터미널 부지에 2012년까지 설립되는 로봇 연구개발센터의 입주 기업을 모집하는 행사였다.

다카노 슈이치 오사카시 로봇산업 담당 과장은 “각국의 로봇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을 한 곳에 모아 로봇산업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사카시는 2003년부터 로봇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사카대 등 연구기관과 지역내 기업을 끌어들여 로봇개발 네트워크인 루보(ROOBo)를 지난해 5월 발족시켰다.

일본 중앙정부도 2007년에 로봇전문대학원을 만들기로 확정, 범정부 차원에서 로봇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루보의 연구개발 작업은 150여개 중소기업들이 주축이 돼 진행되고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아카자와 요헤이 시스텍아카자와 사장은 “로봇산업이 오사카는 물론 일본을 먹여 살릴 것”이라면서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중소기업들이 자신의 기술을 하나씩 보태 ‘완성품’을 만들고 있다 “고 소개했다.

항공기 및 고속철도용 부품을 생상하는 시스텍아카자와의 경우 로봇관련 매출 비중이 2003년 1% 에서 지난해 10%까지 올라갔다.

루보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아사다 미노루 오사카대 교수(로봇컵 2005위원장)는 “인간형 로봇 시장은 2010년께 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면서 “로봇산업 승자가 21세기 제조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사카에서 로봇산업을 취재하면서 ‘제조 대국’ 일본의 앞날이 밝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일본의 저력이 새삼 두렵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