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참여정부의 흔적이 싫었던 것일까? 아무리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이 심각한 상황이라지만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참여정부 5년 내내 고민 고민하면서 추진됐던 각종 부동산규제가 MB정부 들어 대부분 폐지되거나 완화되는데 불과 9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어떤 규제가 풀렸나?
11.3대책에 의해 오래전부터 심심풀이 땅콩마냥 도마위에 연일 오르내렸던 재건축 소형ㆍ임대주택의무건설비율이 완화 내지 사실상 폐지되었다. 각 지자체 조례에 의해 법적 허용한도(2종 일반주거지역 250%, 3종 일반주거지역 300%)까지 용적률을 상향조정할 수 있게 되어 재건축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1가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전면적으로 완화되지 않고 지방 미분양 주택에 한해 향후 2년내 취득분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일반과세하기로 했다. 지방 미분양주택은 이미 6.11지방 미분양대책에 의해 취,등록세가 완화(분양가의 2%→1%)되고, 대출규제도 완화된 바 있어 이래나 저래나 큰 손들만 살판나게 생겼다.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한 거주요건을 2009년 7월 1일부터 강화(서울, 과천 및 5대 신도시 3년 보유 3년 거주, 기타 지역 3년 보유 2년 거주)하겠다고 한 방침은 철회되고 현행 수준(서울, 과천 및 5대 신도시 3년 보유 2년 거주, 기타지역 3년 보유)을 유지하기로 했다. 거주요건 강화가 거래활성화를 지나치게 해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하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당초 9.1세제개편안에서 거주요건 강화를 천명했다가 내년 7월에 시행하기로 한 후 또 다시 없던 일로 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일관성 부재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강남권을 제외하고 전면 해제됐다. 지방은 이미 MB정부 인수위시절 1.30대책에 의해 죄다 풀렸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남아 있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강남3개구뿐이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그간 규제되어 왔던 LTV, DTI제한이 상당폭 완화됐고, 투기지역내 동일차주의 중복대출도 허용된다.

그간 모든 규제를 풀더라도 투기재연, 금융위기를 이유로 대출규제만은 완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라는 우회적 방법을 통해 대출규제를 풀었다. 대출규제 완화가 막혔던 자금흐름에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지만, 경기가 침체되어 있는데다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저버릴 수가 없다.

결국 이 정책 역시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기보다는 자금여력이 있는 사람들 위주의 중복투자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제 히든카드만 남았다.
참여정부 때 만들어졌던 규제중 남아 있는 것은 1가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가상한제, 분양가상한제 적용단지에 대한 전매제한, 종합부동산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이다. 투기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카드만 남은 셈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세대별로 합산과세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헌재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만약 위헌결정이 나면 그야말로 종부세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겠지만, 지금도 종부세제는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9.23종부세개편을 통해 과세기준금액이 6억원에서 9억원 초과 주택으로 상향조정됨에 따라 종부세 과세대상 주택이 10월말 기준하여 전국적으로 약 16만9천가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TV나 DTI 규제대상 고가주택 규모를 6억원 초과주택에서 9억원 초과주택으로 상향하는 것도 남았지만, 이 규제는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의미가 없어졌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모두 해제됐기 때문이다. 아직도 금리가 다소 높긴 하지만 규제가 완화됐다는 것만으로도 돈이 필요한 서민이나 중복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재건축 규제는 초과이익환수제만 남고 모두 풀렸다. 초과이익환수제마저 푼다면 재건축시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과열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으로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내지 완화에는 다소 신중한 듯 하다. 재건축 투기방지와 집값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카드인 셈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준공시점의 주택가격에서 추진위 승인시점 주택가격, 개발비용 및 정상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을 그 규모에 따라 0~50%까지 부과하는 제도이다. 2006년 3.30대책에 따라 그 해 5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제정ㆍ공포되었고, 이후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같은 해 9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

1세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도 남았다. 1세대 2주택 또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규제가 핵심이다. 일시적 1세대 2주택 보유자에게는 이미 지난 10.21대책을 통해 중복보유 허용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일반과세로 전환하는 것이 논의됐지만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비난,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다.

가장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는 규제가 분양가상한제이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그간의 단품슬라이딩제 도입, 토지매입비에 대한 실매입가 인정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는 기능이 약화됐지만,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 통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바로 전매제한과 관련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분양권 전매가 전면 완화됐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더라도 전매제한(공공택지 7년~3년, 민간택지 5년~1년, 8.21대책)이 그대로 적용된다. 분양가상한제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다. 이 전매제한마저 풀리면 과거와 같은 청약과열, 투기열풍이 그대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패 내는 데는 신중해야
이처럼 1가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분양가상한제 등 굵직굵직한 최소한의 규제책만 남겨둔 상태지만 이렇게 풀고도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이들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1월 4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 규제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로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고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경제회생에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위기가 단지 부동산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듯 부동산 규제만을 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몽땅 다 푼다고 보자. 다행히 분위기가 반전되어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고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자.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볼 수 있을까? 외환위기 당시 부동산에 대한 모든 규제를 푼 후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부동산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다. 다시 부랴부랴 규제를 하기 시작했지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5~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부득이 전방위적인 규제완화를 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위급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풀건 풀어도 나중을 위해 투기억제를 위한 최소한의 카드는 남겨둬야 하는 이유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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