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주말 아침 상봉역은 늘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양평을 지나 용문까지 가는 중앙선, 그리고 청평을 지나
춘천까지 가는 경춘선을 타기 위한 ‘행복한 소동’이다.

중앙선과 경춘선을 따라 잘 조성된 자전거 길이 있고
주위에 크고 작은 명산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경춘선 전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에 섰다.
플랫폼 역시 발 디딜 틈이 없다.
자전거 라이더와 산객들로 이미 북새통이다.
4월의 악몽은 여전히 가슴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는데…
사람들 복장만큼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마석을 지나 대성리에 이르자, 북한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면 위에 알알이 박힌 아침햇살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물 속에 거꾸로 잠긴 산자락은 생물처럼 일렁인다.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상봉역을 출발, 40분을 달려 청평역에 내렸다.
역 광장에서 올려다 본 5월의 하늘은 더없이 창창했다.
‘호명산’ 이정표를 따라 뚝방길로 올라섰다.
북한강 지류인 조종천 뚝방길이다.
봄철 갈수기라 개천은 바닥을 드러낸 채 쫄쫄거린다.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개천을 가로질러 콘크리트 블럭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전방 지역 도로에 설치된 대전차 방벽의 축소판 같다.
주변 자연 경관과는 도무지 매칭이 되지 않는 이러한 시설물은
대체 누구의 발상인지 정말 궁금하다.

조종천을 가로질러 놓인 징검다리의 끝은 산 들머리에 닿아 있다.
들머리에 세워진 ‘호명산 등산 안내도’를 살폈다.
세 코스로 나 있는 등로 중, 1코스를 택했다.
1코스는 청평역에서 시작해 이곳 들머리를 지나 샘터-전망대-
호명산 정상-기차봉-호명호수-상천역에 이르는 10km 구간이다.

옛날 옛적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을 만큼 깊은 산,
그래서 선인들은 ‘虎鳴山’이라 이름하였다.
지금은 접근성이 좋아 주말이면 건강(命)을 지키려는(護) 힐링족들이
줄지어 찾고 있으니 ‘護命山’으로 고쳐 표기해야 할듯 ㅎ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샘터를 지나 전망데크에서 걸음 멈춰 가쁜 숨을 고른 뒤
신록 가득 품은 청평호반을 내려다보며 잠시 땀을 훔친다.
이 대목에서 필요한게? 있다. 연료다. 적정량을 주입했다.
덕분에 정상까지 가파른 산길을 가볍게 치고 올랐다.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호명산(632.4m)
그리 높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리 호락호락 하지도 않다.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서의 조망은 끝 간데 없다.
남쪽 저멀리 용문산이, 서북쪽으로 축령산과 서리산이 아스라이 눈에 들고
북쪽 저너머로 명지산과 화악산이 아른거린다.

정상에서 두어 발짝 내려와 옴팍한 곳에 매트를 폈다.
산중오찬(山中午餐)에 이어 산중오수(山中午睡)까지…
주말산행에서 맛보는 작지만 큰 행복이다.

자릴 털고 일어나 호명호수 방향, 북동쪽 능선길로 들어섰다.
연륜을 느끼게 하는 큰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능선길이다.
靑靑한 장송의 호위를 받으며 걷는 기분이다.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대체로 능선길이 완만하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밧줄 구간도 지나고 목계단도 오르내려야 한다.
안온하던 산길은 619m봉 못미처 슬며시 고개를 쳐든다.
밧줄을 잡고 올라서면 기차봉(619m) 표시판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일명, 아갈바위봉이라고도 한다. ‘호랑이 아가리’에서 따 온 이름이란다.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아갈바위봉을 내려와 호명호수 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 보면
고만고만한 암릉 밧줄구간을 만나게 되고 이어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상천역(3.7km), 대성사(2.75km), 범두리(3.9km), 기차봉(1.6km)으로 갈라지는
장자터고개 갈림길이다.
무엇때문인지 철조망이 길을 가로막지만 문은 열려 있다.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물빠진 호수를 배경으로 맥빠진 나그네가…

문을 통과하여 10분 정도 또한번 가쁜 숨을 몰아쉬고 나니 전망데크다.
호명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수리봉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풍광 좋기로 이름난 호명호수에 물은 온데간데 없고 맨바닥이다.
이곳 수리봉에서 내려다보이는 호명호수의 풍광을, 많은 분들이
백두산 천지의 축소판 같다고 할만큼 아름답다고 했다.
잔뜩 기대하고 발품을 팔았는데 못내 아쉽다.
한 달 간(4.18~5.17) 호수 바닥 시설 점검 차 물을 뺀 것이란다.
‘머피의 법칙’일까, ‘가는 날이 장날’일까?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수리봉에서 왼쪽 산길로 100m 내려서면 호수 일주도로다.
상천역 방향으로 내려서는 산길을 찾고자 물 빠진 호숫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때마침 상천리와 호명호수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코 앞에 멈춰섰다.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넷 山友,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자”며 버스에 오른다. 헐~

큰골능선을 따라 얼추 1시간 반은 걸어 내려서야 날머리로 잡은 상천역이다.

정말 좋은 힐링 숲길은 여기서부터 상천리까지일텐데… 버스라니!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호명호수*
가평군 청평면의 호명산 자락에 위치해 하늘과 맞닿아 있는 호명호수는
15만㎡에 둘레 1.7km, 267만 톤의 물을 담을 수 있게 조성된 인공호수이다.
심야전기를 이용, 북한강물을 이곳까지 끌어올려 전기 수요가 피크일 때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얻는 양수발전 저수지다.
호랑이 울음 우는, 가평 虎鳴山으로
녹색 점선 구간은 버스로 이동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