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행방불명된 내 이름을 찾아서!
<프롤로그>
신의 음식을 허락도 없이 게걸스럽게 먹어댄 이유로 딸이 대신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되는 내용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2001>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기성인들이 자원(권력의 교만, 국고 남용, 환경오염, 법과 교육제도의 퇴보)을 욕망에 의해 무분별하게 낭비하게 되면 다음 세대에 돌이킬 수 없는 큰 부담을 주게 된다는 교훈을 배우게 된다. 지금 같은 코로나
전쟁 중에도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그 날을 위해 다시 한번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 의식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내면에 숨겨진 잠재력을 통해 영화주인공 ‘센’처럼 자신의 정체성까지 행방불명되는 그런 위기는 막아야 할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행방불명된 내 이름을 찾아서!
<영화 줄거리 요약>
겁이 많고 소심하지만 심지는 굳은 소녀 치히로는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의문의 터널 앞에 도착하고 그곳을 지나자마자 신령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부모님은 신령 세계의 음식점 앞에서 주인을 찾는 듯했지만, 이내 허락 없이 바로 음식을 먹는다. 치히로는 분명히 주인이 있다고 생각하여 음식에 입을 대지 않고 부모를 말린다. 하지만 부모님이 말을 듣지 않자 질려버린 치히로는 신비한 다리 앞에 한 거대한 집을 발견하고 그 앞에서 의문의 소년 하쿠를 만난다. 하쿠는 어서 해가 지기 전에 원래 세계로 가라고 하지만 이미 해는 진 상황으로 치히로는 부모님을 다급히 부르지만, 부모님은 신령의 음식을 먹은 죄로 돼지가 되어버린 상태다. 서둘러 처음 온 곳으로 가지만 이곳도 막혀버렸다. 다행히 방금 만났던 하쿠의 도움을 받아 이 세계에서 지낼 수 있게 되지만, 지내려면 이름을 잃고 온천에서 일해야 하는 조건이다. 하쿠의 제안으로 800만 명의 신령이 오가는 온천장 주인 마녀 유바바를 만나 일을 하게 된 치히로는 여러 가지 힘든 고난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도살될 위기에 처한 부모를 구해 인간 세상으로 돌아간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행방불명된 내 이름을 찾아서!
<관전 포인트>
A. 치히로의 부모님이 돼지로 변한 이유는?
부모님은 이사한 집으로 가던 중 산길로 가다가 신들이 지나가는 문을 발견해 그 안으로 들어가고는 신들을 위해 유령들이 만들어 놓은 음식들을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먹어 치운다. 인간이 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손님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음식들을 가게 주인의 허락 없이 마구 먹은 것에 화가 난 마녀 유바바가 부모를 돼지로 변신시킨다. 치히로는 부모님은 “ 나중에 오면 계산하면 되겠지, 뭐, 신용카드, 지갑 다 가지고 있어”라는 탐욕스러운 모습에 자신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

B. 치히로가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한 것은?
온천장 주인이며 탐욕스러운 마녀 유바바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전부 동물로 만들어 버리기에,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조건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일을 해야 하는 치히로는 하쿠의 조언대로 유바바를 찾아가, 자신의 이름 넉 자 중 석 자를 빼앗기는 조건으로 센 이라는 이름으로 노동계약을 하게 된다. 센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건성으로 하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한다. 온천을 찾아온 오물을 뒤 덮어쓴 강의 신령을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자 치히로는 온 정성을 다해 더러움을 전부 토해내게 치유해줌으로써 선물을 받게 된다.

C. 치히로의 온천장 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은?
감사 인사와 노크 같은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고 살아가던 10살짜리 소녀 치히로는 이제, 온천장 종업원 센이 되어 낯선 사람들과 한방에 섞여서 자는 것도 어색하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여러 가지 신령들의 목욕시중 일도 어렵지만, ‘쫓겨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고 기뻐해 주는 ‘린’과 주먹밥을 만들어 주는 하쿠, 무심하지만 방석을 덮어주는 가마 할아버지의 따뜻한 위로가 큰 힘이 된다. 치히로는 이런 도움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단계를 넘어서 다른 누군가를 보살펴 주는 숭고한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D. 치히로의 강점은?
아무런 선입관을 갖지 않고 진심으로 대하는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다. 치히로는 신령도 사람도 아닌 가면을 쓰고 있어 진짜 표정도 알 수 없고 말도 제대로 못 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없는  반투명의 ‘가오나시(얼굴이 없다)’에게 비 오는 날 처음으로 따뜻하게 맞이하며 말을 걸어 위로해주고 아무거나 먹어서 비대해진 가오나시에게 신령이 준 경단을 먹여 토해 내게 하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가오나시는 황금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려 하나 물질에 대한 욕망을 가지지 않은 치히로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 희망하고 가오나시는 제니바를 찾아가는 힘든 여행길에 동행이 되어 준다. 반면 탐욕의 유바바는 자기 아들 ‘보’가 생쥐로 변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탐욕이 소중한 것을 기억하고 알아보는 눈을 없애기 때문이다.

E. 마법사 제니바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은?
돼지로 변한 부모님과 용이 되어 임무를 수행하다가 다친 하쿠의 문제해결을 위해 가오나시, 보와 함께 가마 할아버지가 준 편도 기차표로 찾아간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 마법사 제니바는 손수 만들어 준 머리끈을 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돈(탐욕, 결과)만 추구하던 유바바와 달리 제니바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과정, 진실한 마음)이 있음을 치히로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센은 유바바에게 빼앗겼던 하쿠의 이름(코하쿠)을 불러주어 저주를 풀어준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서로의 존재를 지켜주는 소중한 모습은 영화 < 너의 이름은, 2016>을 연상케 한다.

F. 영화에서 미야자키 감독의 철학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모노노케 히메>, <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등에서 환경파괴, 전쟁 문제를 비판했다면,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부속품으로 잊혀 가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넘어지고 다치더라고 뒤를 돌아보지 말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과 진짜 이름을 잊지 말고 달려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치히로는 마녀 유바바가 돼지우리에서 부모님을 찾아가라고 하자, “이 안에는 진짜 부모님이 없다”라고 정답을 맞히어, 부모님을 찾아 돌아가게 된다. 떠나는 치히로에게 하쿠는 뒤돌아보지 말고 가라, 한번 만난 인연은 잊히는 것이 아니라 잊고 있을 뿐이라”라며 과거에 연연해하지 말고 자신만의 가치를 만드는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행방불명된 내 이름을 찾아서!
<에필로그>
영화에서 치히로의 부모는 “80년대의 외제 차를 타고 다니던 자아를 잃어버린 브랜드 돼지 놈”으로 불리며 일본 거품경제 세대로, 한창 일본이 경제 호황이었을 때 앞뒤 안 가리고 흥청망청 놀다가 거품이 꺼지자 막대한 빚을 남기고 몰락한 세대를 상징하기도 한다.  결국 그런 부모 세대의 무분별한 자원의 낭비로 딸인 치히로는 이름까지 행방불명되며 엄청난 고생을 하다가 가까스로 이름을 되찾는다는 스토리에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에서의 탐욕과 포퓰리즘의 유혹을 잘 이겨내지 못하면 이름과 함께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에, 절제와 슬기로움을 발휘하여 자신, 가족, 기업, 국가의 영속성을 지켜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