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투지·결정력 '3無 악재'에 역대 2번째 '0-3 완패'
'삿포로 참사→요코하마 굴욕'…10년 만에 '졸전' 재현한 벤투호
전술도, 투지도, 결정력도 없는 '3무(無) 축구' 속에 벤투호가 역대 한일전 통산 두 번째 '0-3 패배'를 떠안았다.

세 골 차 패배는 역대 세 번째였고, 모두 '일본 원정'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역대 80번째 한일전에서 0-3으로 무너졌다.

통산 80번째이자 친선전으로는 10년 만에 열린 한일전에서 벤투호는 말 그대로 90분 동안 '헛발질'만 이어갔다.

벤투 감독이 공들여온 '빌드업 축구'는 일본 대표팀 공격진의 강한 전방 압박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후방 패스길이 닫히니 전방 공격수들은 볼을 받지 못해 목적 없이 뛰어다녀야 했고, 어쩌다 전방에 투입된 패스는 일본 수비진의 협력 수비에 빼앗기기 일쑤였다.

벤투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1년에 경기를 치르지 못하다 일본축구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올해 첫 A매치를 부담스러운 한일전으로 치르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해외파 핵심 자원들이 부상과 코로나19 방역 상황으로 합류하지 못해서다.

손흥민(토트넘·햄스트링), 황인범(루빈 카잔), 김진수(알 나스르·이상 아킬레스 부상) 등은 부상으로 합류가 무산됐다.

여기에 최근 발끝이 좋은 '골잡이' 황의조(보르도), '황소 공격수' 황희찬(라이프치히),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유럽의 엄중한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차출이 무산됐다.

벤투호에 합류한 유럽파는 '젊은피' 이강인(발렌시아)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 2명뿐이었다.

'삿포로 참사→요코하마 굴욕'…10년 만에 '졸전' 재현한 벤투호
벤투호의 근간을 이뤘던 선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대표팀은 '체감 2군'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으며 힘겹게 요코하마 원정길에 올랐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선수들은 일본에 도착해서도 훈련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우려는 결국 '요코하마 참사'를 불렀다.

2011년 삿포로에서 0-3으로 패했던 '참사'를 10년 만에 재현했다.

벤투 감독은 최전방에 이강인을 원톱으로 좌우 날개에 나상호(서울)와 이동준(울산)을 배치하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남태희(알사드)를 내세운 4-2-3-1전술을 가동했다.

중원은 정우영(알사드)과 원두재(울산)가 나란히 섰고, 포백은 왼쪽부터 홍철(울산), 김영권(감바 오사카), 박지수(수원FC), 김태환(울산)이 맡았다.

골키퍼는 조현우(울산)가 담당했다.

벤투 감독의 작전은 발이 빠른 나상호와 이동준이 일본 문전 중앙으로 침투하면 볼 키핑과 배급 능력이 좋은 이강인이 이들에게 볼을 뿌려주며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구상은 이강인까지 이어지는 패스를 열어줄 빌드업 단계부터 무너졌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원두재와 정우영이 일본의 강한 전방 압박에 막혀 전방으로 볼을 이어주지 못했다.

'삿포로 참사→요코하마 굴욕'…10년 만에 '졸전' 재현한 벤투호
결국 빌드업은 중원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강인을 비롯해 이동준과 나상호는 전방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이러다 보니 중원에서 계속 볼을 빼앗기며 역습을 허용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무려 3골이나 내주고 말았다.

결국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와 제로톱 전술은 철저한 실패로 끝났고, 역대 두 번째 0-3 패배를 허용했다.

더불어 한국은 1974년 9월 28일 1-4 패(도쿄), 2011년 8월 10일 0-3 패(삿포로)에 이어 이날 요코하마 원정 0-3 패배까지 통산 3차례 '3골 차 패배'의 굴욕도 맛봤다.

3골 차 패배는 모두 일본 원정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