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우승으로 골프가 더 좋아져…10년 이상 뛰겠다"
코로나19의 행운? 이정은 "US여자오픈 트로피 계속 보관 중"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우승자는 1년간 순은으로 된 트로피 '하튼 S 셈플' 원본을 직접 보관할 수 있다.

1년 뒤 진품 트로피는 미국 뉴저지주의 미국골프협회(USGA) 박물관에 전시된다.

이정은(24)은 2019년 6월 3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린 제74회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하튼 S 셈플 트로피에 '2019 JEONGEUN LEE6'라고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면서 동명이인과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숫자 '6'도 함께 각인됐다.

우승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트로피는 아직도 이정은이 집에 보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일정이 줄줄이 취소·연기됐기 때문이다.

제75회 US여자오픈은 6월에서 12월로 개최 일정을 6개월 미뤘다.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4라운드 경기를 마치고 만난 이정은은 "제가 최초로 트로피를 1년 이상 갖는 우승자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

US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LPGA 투어 우승을 기록했을 때가 "엊그제 같다"는 이정은은 "그 우승으로 LPGA 투어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우승이 가져다준 변화를 설명했다.

이어 "LPGA 투어에서 뛰면서 골프가 많이 늘었다.

지금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또 LPGA 투어에서 골프를 더 좋아하게 됐다.

그전에는 골프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골프를 하고 있다는 것에 자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행운? 이정은 "US여자오픈 트로피 계속 보관 중"
지난해 L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이정은은 이달 초 LPGA 홈페이지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에세이 '아직 남은 나의 길'(MY ROAD LESS TRAVELED)을 기고했다.

그는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아버지를 떠나 골프 아카데미 기숙사에 들어간 것, 그리고 한국을 떠나 LPGA 투어에 진출할 것을 인생의 큰 도전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모든 삶에는 전환점이 있고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쉽거나 편하지 않았지만 가치 있는 길은 늘 그렇다'며 앞으로도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정은은 "현재로서는 도전하고 싶은 목표는 없다"며 "한국에서 선수로 뛸 때는 빨리 그만두고 싶었는데, 미국에서 '오래 골프선수로 뛰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부상 없이 10년 이상 투어를 뛰고 싶다"고 장기적인 포부를 설명했다.

다음 달이면 이정은이 기다리던 LPGA 투어가 일정을 재개한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7월 31일 시작하는 LPGA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을 이어 8월 초에는 마라톤 클래식이 열린다.

이후 영국에서 열리는 스코티시오픈과 브리티시오픈의 개최 여부는 이달 말 확정될 전망이다.

이정은은 "2∼3개 대회가 열리는 상황을 지켜보고, LPGA 투어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되면 미국에 들어갈 생각이다.

그전까지는 계속 KLPGA 투어를 뛸 것"이라고 말했다.

KLPGA 투어도 일단 오는 25일 시작하는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은 건너뛰고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코로나19의 행운? 이정은 "US여자오픈 트로피 계속 보관 중"
이정은은 "지금 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거의 KLPGA 투어에 와 있기 때문에 KLPGA 투어도 마치 LPGA 투어 같다"며 "KLPGA 투어에서 뛰는 게 LPGA 투어의 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두 투어의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KLPGA 투어에는 후배들도 많고, 저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서 부담도 되고 경기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KLPGA 투어가 '친정'인데도 마치 자신이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정은은 "차차 적응하고 있다.

남은 대회에서는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밝혔다.

이정은은 한국여자오픈에서 4라운드 17번 홀에서 20m 버디 퍼트에 성공하는 등 막판 감각을 되찾으면서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