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반지의 제왕' 안정환(38)이 후배 태극전사들의 아쉬운 패배를 지켜본 뒤 눈시울을 붉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간)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4로 완패를 당했다.

전반전에만 3골을 내주며 홍명보호는 침몰했다.

홍 감독이 그토록 강조했던 수비조직력은 모래성처럼 처참하게 무너졌다.

전반전 알제리가 슈팅을 12번 퍼붓는 동안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공격력은 참혹한 수준이었다.

전반전을 마치고 경기장 본부석 뒤쪽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어떻게 보셨느냐'고 묻자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라는 말만 한 뒤 돌아섰다.

국가대표 선배로서 속이 탔는지 벽만 바라본 채 아쉬움을 토했다.

어느새 몰려든 취재진은 눈시울을 붉힌 그에게 더이상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안 위원은 한·일 월드컵 때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동점골을 넣었고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어 한국의 4강 신화 작성을 주도했다.

그가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넣고 보여준 '반지 세리머니'는 2002년의 기적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다.

(포르투알레그리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