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차례 최다 역전승..역전패는 19패로 최소

'초보' 사령탑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가 27일 두산을 5-3으로 제압하고 프로야구 정규 시즌 1위를 5년 만에 탈환했다.

지난해 12월30일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은 선동열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삼성의 13번째 사령탑에 오른 류 감독은 '맏형 리더십'을 발휘해 데뷔 첫해 한국시리즈에 오르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새내기 감독이 첫해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하기는 2005년 삼성을 이끌었던 선 전 감독에 이어 류 감독이 두 번째다.

KIA에 이어 전반기를 2위로 마친 삼성은 7월27일 1위로 올라선 이래 이날까지 62일 내내 선두를 질주하며 경쟁팀의 추격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삼성이 2006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게 된 원동력으로는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운 '뒤집기'와 막강 불펜이 구축한 완벽한 '지키기'가 꼽힌다.

삼성에서 13년을 선수로 뛰고 코치로 11년을 재직하다 사령탑에 올라 누구보다 선수단 분위기를 잘 아는 류 감독은 선수와 코치진을 완벽하게 장악해 공수에서 완벽한 팀으로 발전시켰다.

◇달라진 집중력 '역전의 명수' = 4번 타자 최형우를 정점으로 한 삼성의 타선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기동력과 작전을 중시한 류 감독의 전략을 충실히 수행해 예년과 전혀 다른 성적을 냈다.

삼성의 팀 타율은 0.260대 중반으로 전체 8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지만 도루(149개)에서 1위를 달리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유격수 김상수(28개)와 외야수 배영섭(33개)은 도루 61개를 합작하며 삼성의 '빠른 야구'를 이끌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미완의 대기'로 불렸던 박석민과 최형우가 중심 타자로서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려줄 정도로 성장하면서 득점력도 개선됐다.

두 타자는 득점권에서 각각 0.328과 0.321이라는 높은 타율을 올렸고 각각 83타점과 106타점을 수확하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중심이 잡힌 삼성은 타순 전반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총 득점(596점)에서 전체 3위에 오를 정도로 집중력이 좋아졌다.

한 때 3점을 내기도 벅차 '삼 점 라이온즈'로 불렸던 삼성 타선은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한 이날도 뒤집기 승리를 거두는 등 전체 승수의 절반인 38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이는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역전승이기도 하다.

특히 7회까지 끌려가던 경기에서 11차례나 뒤집기 승리를 올리며 짜릿한 재미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볼 카운트 0-3에서도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자신 있게 스윙하라"며 타자들에게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했고 희생번트 대신 히트 앤드 런 등 작전으로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했다.

◇뒤집기를 불허하는 '막강한 불펜' = 오승환을 정점으로 한 삼성의 마운드는 올해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철벽'의 위용을 뽐내며 원조 '지키는 야구'의 부활을 알렸다.

어깨와 팔꿈치 통증 탓에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오승환은 올해 1승45세이브나 올리며 삼성의 뒷문을 튼튼히 걸어 잠갔다.

선발로 뛰다 중간으로 돌아선 안지만은 11승과 16홀드를 수확하며 '허리'에서 맹활약했고 정현욱(4승 22홀드)과 권혁(1승 19홀드) 두 필승조도 제 몫을 해내고 막강 방패 완성에 힘을 보탰다.

덕분에 삼성은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62승1무1패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고 역전패도 8개 팀 중 가장 적은 19번만 당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거 출신 라이언 가코와 무릎을 다친 일본인 투수 카도쿠라 켄을 일찍 돌려보내고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더그 매티스, 저스틴 저마노 두 명의 투수로 용병을 바꾼 승부수도 옳은 선택이었다.

후반기부터 본격 투입된 매티스와 저마노는 각각 4승1패와 5승1패씩을 올리며 불펜에 비해 약했던 삼성의 선발진을 살찌웠다.

선발과 불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삼성은 팀 평균자책점에서 3점대 초반의 빼어난 성적을 내고 1위의 기틀을 마련했다.

◇선수들 기 살린 덕장(德將) 류중일 = 현역 때 삼성의 간판스타였던 류 감독은 오랜 기간 코치로 후배를 가르치며 선수들의 장단점을 한눈에 파악했다.

'맏형'답게 코치시절부터 선수들과 격의 없는 대화로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해 온 류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소통을 강조하며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다.

득점이 났을 때는 아낌없이 박수를 쳤고 선수들과 똑같이 환호하는 소탈한 모습으로 감독과 선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없앴다.

선 전 감독의 유산인 '지키는 야구'를 그대로 이어받은 류 감독은 '화끈한 공격야구'라는 자신의 색깔을 덧칠해 공수에서 균형을 맞췄다.

만족할 만한 화끈함은 100% 보여주지 못했지만 류 감독은 희생번트를 예년의 60%대로 줄이는 대신 뛰는 야구와 반 박자 빠른 수비 야구로 팀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삼성 구단 내부에서는 류 감독이 선수들과 마음이 통하는 야구를 펼쳤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게다가 경쟁팀이 자중지란에 빠진 것도 '초보'인 류 감독에게 큰 행운으로 작용했다.

SK는 김성근 전 감독이 해임되면서 중심을 잃었고 KIA는 부상자가 속출해 심한 내리막을 탔다.

삼성을 제외한 7개 팀의 뒷문은 사실상 뻥 뚫렸고 삼성은 이 점을 최대한 이용해 상대팀을 압박했다.

4강 맞수끼리 물고 물리는 접전이 벌어졌지만 안정된 투수력을 갖춘 삼성만 꾸준한 성적을 내면서 1위 싸움은 싱겁게 마무리됐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