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뛰는 미국PGA투어 '스토브 리그'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골프용품 회사들이 계약금을 대폭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약이 중단되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선수를 붙잡기 위한 '입도선매' 식의 관행이 사라지고 철저하게 성적 위주로 계약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

스포츠비즈니스저널 최신호에 따르면 최경주는 나이키골프로부터 '상당한 삭감'(substantial cuts)을 통보받고 재계약을 거부한 상태다. 연 150만달러(약 17억5000만원)를 받았던 최경주는 그 절반 수준의 계약금을 제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캘러웨이,아쿠쉬네트,테일러메이드,나이키 등 '메이저' 클럽메이커들은 올해 클럽 판매 수입이 15~30% 줄어들었다. 에이전트들은 선수들의 계약금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PGA투어에서는 투어 카드를 획득하면 골프용품사로부터 20만~3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져 있으나 내년부터는 그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햄브릭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의 로키 햄브릭 사장은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없거나 꾸준하게 '톱10'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은 3년 전 골프용품사로부터 받았던 계약금의 절반 정도밖에 받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40만~50만달러를 받았던 '괜찮은 선수'들이 20만달러 정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선수와 계약을 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로고를 부착하는 '패키지 계약'을 했으나 이제는 모자 앞이나 가슴 등 로고 노출이 용이한 곳만 특정해서 계약을 맺는다. 상금랭킹 하위권 선수들은 개별적으로 계약을 하지 않고 여러 명을 묶어 '그룹'으로 계약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