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벙커에 깊이 박히거나 높은 턱밑에 멈춰 도저히 칠 수 없는 경우 정상급 프로들이라 해도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는 수밖에 없다.

그 경우 1벌타를 받은 뒤 세 가지 옵션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①앞서 플레이한 곳(종전 쳤던 지점)에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다음 스트로크를 한다. ②볼과 홀을 연결하는 후방에 드롭한다. ③볼이 있던 곳에서 두 클럽 길이 내로 홀에 근접하지 않은 지점에 드롭한다. 그런데 ②나 ③을 택할 경우 반드시 '벙커내'에 드롭해야 한다. 벙커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고 벙커 밖에서 칠 수 있는 경우는 ①밖에 없는 것.

25일 스카이72CC 하늘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KB스타투어 4차대회 3라운드에서 유소연(18ㆍ하이마트)은 이 조항을 위반,실격당했다. 신인왕 레이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망 선수'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문제의 4번홀(평상시 13번홀)은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 파4홀(길이 376야드).그린 오른쪽에 꽂힌 깃대를 향해 친 유소연의 세컨드샷이 조금 짧아 벙커내 턱에 박혀버렸다.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뒤 옵션 ③을 택했는데,볼에서 두 클럽 거리를 뻗어나가다 보니 벙커 밖이었다. 유소연은 동반 플레이어(안선주,김상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벙커밖에 드롭한 뒤 홀아웃까지 해버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동반 플레이어들은 "어어,그게 아닌데…"하면서 5번홀로 이동했다. 선수들과 그들을 따르던 부모들은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 없던 차에 8번홀에서 경기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했고 결국 유소연은 실격통보를 받고 말았다.

"그 경우 벙커내에 드롭해야 하는데 벙커 밖에 드롭하고 쳤기 때문에 '오소 플레이'를 한 것이고,중대한 오소 플레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홀에서 시정하지 않고 다음홀로 이동했기 때문에 실격"이라는 것이 성낙소 KLPGA 경기부위원장의 설명.유소연이 4번홀에서 홀아웃하기 전에 그 잘못을 시정했더라면 2벌타에 그쳐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골프규칙 20조7항,28조).

유소연은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한 골프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이 규칙이나 에티켓ㆍ학업 등은 등한시한 채 오직 기량에만 몰두한 결과다. 다른 선수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