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격파한 우리 야구대표팀을 모델로 삼겠습니다" 프로축구 제주 FC 정해성 감독이 축구 사령탑으로서는 다소 엉뚱하게(?) 야구를 '모델'로 삼아 올 시즌 각오를 밝혔다. 정 감독은 15일 밤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6 수원 삼성과 홈 개막전을 치르고 난 뒤 "경기 전 선수들에게 전술에 대한 지시는 전혀 하지 않았다. 다만 WBC 한국과 미국의 경기를 염두에 두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이 선수들에게 야구 경기를 '복기'하라고 한 이유는 이렇다. 그는 "야구는 손으로 하고 축구는 발로 하지만 승패는 누가 사전 준비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있다"라며 "우리가 기라성 같은 미국 선수들에 대해 얼마나 많이 연구를 많이 했겠느냐. 그 점이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정 감독은 "부천 시절부터 선수층이 얇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고 있고 준비와 연구를 많이 한다면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봉과 이름 값에서 수원, FC서울, 성남 일화 등에 많이 처지는 제주 선수들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들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일궈낸 '애너하임 대첩'의 기적을 팀의 교훈으로 삼아달라는 당부였다. 부천에서 연고를 이전한 뒤 첫 홈 경기를 치른 제주는 치열한 공방 끝에 득점없이 비겼다. 정 감독은 결과에 대체로 만족했다. 그는 전체 3만5천여 관중석을 가득 메우다시피한 제주 축구팬에게 "한.일 월드컵 이후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본 게 처음이다. 꼭 이기고 싶었는데 죄송하다"고 한 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김남일 같은 특급선수가 있고 용병 자원도 풍부한 수원을 상대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잘 해줬다"고 평가했다. 정 감독은 부천 축구 팬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부천을 떠나온 것이 섭섭하고 부천 팬들에게 죄송스럽다. 평생 그 마음을 안고 가겠다"고 했다. (서귀포=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