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신사' 프레드 펑크(49.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에서 우승컵을 차지했다.


`빅3'인 비제이 싱(피지)과 타이거 우즈(미국), 어니 엘스(남아공)는 모두 부진한 성적을 낸 가운데 싱이 톱10에 들지 못하고도 황제 자리는 고수했다.


펑크는 2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파72.7천9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3,4라운드에서 각각 1타를 줄여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노장 톰 레먼(미국.280타) 등을 1타차로 제쳤다.


대회 장소인 폰테베드라비치에 살고 있는 펑크는 홈 무대나 다름없는 곳에서 `제 5의 메이저대회' 우승컵으로 통산 7승째를 쌓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악천후로 대회 기간이 하루 연장되면서 3,4라운드를 거의 한꺼번에 치른이날 강한 바람마저 불어닥쳐 체력전을 펼친 가운데 쉰 살에 가까운 `노장' 펑크의투혼에 지역 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펑크는 `해저드의 악령'이 도사리고 있는 17번(파3) 아일랜드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최대 난코스인 18번홀(파4)에서 중압감 속에 1.8m짜리파 퍼트를 성공시켜 1타차 승리를 지켰다.


세계랭킹 59위로 이번 대회 전부 출전한 50위 이내 선수들을 모두 제친 펑크는"우승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나 힘들고도 기쁜 날이다"고 소감을밝혔다.


올 시즌 투어대회 우승 상금액으로 가장 큰 144만달러를 받은 펑크는 대회 사상최고령 우승자로 기록됐다.


싱은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고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2번홀에서 이글을 잡았으나 이후 보기와 더블보기, 버디를 뒤섞으며 들쭉날쭉하다가 이븐파에 그치며 합계 4언더파 284타를 쳐 공동 12위로 마감했다.


그러나 싱은 지난 21일 우즈로부터 되찾았던 랭킹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엘스는 3라운드에서 이글과 더블보기, 버디를 고루 하면서 2타를 잃은 후에 4라운드는 3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17위. 우즈는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을 냈다.


1언더파로 컷 통과에 턱걸이했던 우즈는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잃었고, 4라운드에서도 버디 4개와 보기 3개, 더블보기 2개로 3타를 잃어 합계 5오버파 293타로 공동 53위로 처졌다.


`빅4'중 한 명인 필 미켈슨(미국)도 17번홀의 심술에 몸서리쳐야했다.


미켈슨은 3라운드 이 홀에서 쿼드러플보기를 했고, 4라운드는 더블보기를 하는등 같은 홀에서 6타를 잃고 말았다.


3라운드 6번홀까지 7언더파로 선두를 4타차로 뒤쫓았던 미켈슨은 선두 자리를넘보지 못한 채 합계 2오버파 290타로 공동 40위까지 추락했다.


이번 대회에서 17번홀은 `볼을 수장시키는 홀'로서의 명성을 날리며 톱 랭커들의 수치심을 유발시켰다.


미켈슨뿐 아니라 2라운드 한때 공동 선두에 나섰던 리 웨스트우드(영국)가 3라운드에서 쿼드러플보기를 하며 무너졌고, 우즈도 4라운드에서 해저드 신세를 지는가하면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도 2차례나 물에 빠트렸다.


17번홀 최대 희생양은 따로 있었다.

1986 PGA챔피언십 우승자 봅 트웨이(미국). 트웨이는 3라운드때 이 홀에서 4차례나 볼을 해저드에 `풍덩'한뒤 12오버파를치고서는 빠져나왔다.

4라운드 통틀어 이 홀에서 잃은 타수는 무려 17타. 트웨이는 로버트 가메스(미국)가 지난 1990년 이 홀에서 하루에 까먹었던 타수를 1타 경신하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겨야 했다.


17번홀은 티박스에서 핀까지 보통 130야드 안팎이지만 연못에 둘러싸인 그린이작은 편이고 솥뚜껑처럼 생긴 데다 바람이 자주 심술을 부려 피칭웨지에서 7번 아이언까지 클럽 선택의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는 홀이다.


한편 디펜딩챔피언인 애덤 스콧(호주)은 3라운드 4번홀까지 선두에 1타차로 쫓아갔으나 4라운드에서 역시 17번홀을 피해가지 못하고 티샷을 해저드에 빠트리며 2연패의 꿈을 접었다.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8위. 2라운드 공동 선두에 나섰던 `잉글리시맨' 루크 도널드(영국)는 4라운드에서 버디 3개를 건졌으나 더블보기 1개와 보기 5개로 4타를 잃어 지난 1987년 이후 이 대회 2번째 유럽출신 챔피언이 될 기회를 날렸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