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쇼크'와 `몰디브 망신'으로 퇴진 압력을 받아온 움베르투 코엘류(54)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거취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써 지난 해 3월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를 등에 업고 힘차게 닻을 올렸던코엘류호는 `폭주기관차' 한국축구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실패한 체제로 축구사의 한 페이지에 남게 됐다. 코엘류 감독이 그동안 1년2개월에 조금 못미치는 재임 기간 겪었던 온갖 고난과좌절의 순간을 돌아보면 대한축구협회는 작년 1월 한국축구의 사령탑 후보로 포르투갈 축구를 한단계 끌어올린 명장 코엘류 감독과 한일월드컵 세네갈 돌풍의 주인공브뤼노 메추 감독을 놓고 저울질하다 코엘류 감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오는 8월 아시안컵 본선 종료 시점까지 1년6개월 간을 계약기간으로 대표팀 감독에 공식 선임된 코엘류 감독은 작년 2월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디고 2월28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코엘류 감독은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와 대표팀에서 뛴 명수비수 출신으로 지난85년부터 지도자로 입문해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포르투갈을 4강에 올려놓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국내외 축구계는 그가 한국축구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며 충분한 능력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박성화 수석코치와 최강희 코치, 박영수 GK코치를 선임한 코엘류 감독은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조세 아우구스투 피지컬 코치까지 영입해 코칭스태프를 꾸리고 대표팀 체제를 갖췄다.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코엘류 감독은 한국음식과 문화를 접해보겠다며 의욕을 보였고 크라머, 비쇼베츠, 히딩크 감독에 이어 사상 4번째로 외국인 대표팀 감독이 된 그는 출범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포백 전도사'답게 스리백에 익숙한 한국축구를 유럽형 포백으로 수술하겠다며 메스를 들이댔고 상비군 인재풀 55명의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서서히 한국축구에 적응해 나갔다. 그러나 이운재, 유상철, 김태영, 이을용, 박지성, 안정환 등 월드컵 4강 멤버를고스란히 이끌고 나선 첫 데뷔 무대인 작년 3월 콜롬비아전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시종 공세를 펼치고도 누누이 지적돼온 골 결정력 난조를 극복하지 못한 채 0-0무승부에 그친 것. 그러나 코엘류 감독의 시련은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작년 4월 한일전을 앞두고 특별 소집훈련을 실시한 코엘류 감독은 뜻하지 않은암초에 부딪혔다. 프로팀 감독들이 규정에 없는 훈련이라며 선수 차출을 거부했고 코엘류 감독은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처음 아픔을 맛봐야 했다. 여기에다 서울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해 의기소침해진 코엘류감독은 그러나 프로팀 감독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모색하면서 탈출구를 찾아 나섰고 다시 팀을 재정비해 작년 5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 리턴매치에서 짜릿한 승리로`도쿄대첩'을 재연하는 환희를 느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6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 아르헨티나와 치른 평가전에서연패한 코엘류호는 나름대로 `색깔 입히기'에 힘을 써봤지만 결과적으로 `색깔이 없다'는 비난을 사기 시작했다. 작년 9월 순수 국내파로 출전한 아시안컵 예선 국내 경기에서는 베트남, 오만,네팔을 연파하며 다시 무난히 궤도에 올라서는 듯 했다. 앞서 여름에는 히딩크 감독과 첫 만남을 갖고 `키 플레이어를 만들라'는 조언을듣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오만 원정에서 약체 베트남과 오만에 잇따라 충격의 패배를당하자 코엘류 감독의 지도력은 곧바로 도마위에 올랐고 이때 처음 경질론이 불거져나왔다. 급기야 당시 대표팀 안팎에서는 코엘류 감독과 코치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고 기술위원회도 분석관을 오만 원정에 한명도 파견하지 않는 등안이한 대처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함께 받았다. 기술위원회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일단 코엘류 감독을 재신임하겠다는 결론을 냈고 첫번째 경질 위기는 `좀 더 시간을 주자'는 신중론에 밀려 그대로 넘어갔다. 코엘류 감독은 작년 12월 동아시안컵에서 비록 일본과 졸전을 벌이기는 했지만부임 후 첫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연말 휴가에서 `포르투갈 구상'을 들고온 코엘류 감독은 `옆집 아저씨'형의 지도 스타일을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아시안컵 본선을 전후한 세대교체와 과학적인 체력 관리 시스템 마련 등 여러 대안을 내놓았다. 새해를 맞은 코엘류호는 충격의 패배를 안겼던 오만을 홈으로 불러 5-0 대승으로 깨끗이 앙갚음을 하고 지난 2월 월드컵 예선 레바논전에서 무난히 승리해 마침내정상적인 행보를 걷는 듯 했다. 그러나 코엘류 감독을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은 그토록 강조해온정신력이 무너지면서 나온 치욕의 몰디브전 무승부였다. 지난 달 31일 월드컵 예선 몰디브전에서 사상 최악의 졸전을 펼치고 돌아온 코엘류 감독은 지난 8일 기술위원회에 나와 `시간을 달라'며 마지막으로 호소했고 기술위원회는 19일 2차 회의까지 경질에 대한 결론을 유보했다. 코엘류 감독은 이후 고심을 거듭하다 마침내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셈이다. 코엘류호는 지난 14개월 간 A매치 18경기에서 9승3무6패의 성적표를 기록했으나아시아 약체들에게 올린 승리와 한일전 원정경기 승리를 빼면 팬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심어줄만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고 특히 남미, 유럽 강호와의 대결에서는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