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만드는 남자' 2002시즌 국내 남자프로골프 상금랭킹 5위 박도규(32.테일러메이드)프로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풀어나가는 독특한 훈련법을 사용한다. 다양한 상황을 미리 설정한뒤 그에 따라 볼을 치면서 샷을 갈고 닦는 방식이다. 최근에 그가 풀고 있는 숙제는 낮게 친 어프로치샷이 그린에 떨어진뒤 거의 제자리에서 멈추도록 하는 것. 버디기회를 늘리고 위기에서 파를 세이브하는데 유용한 기술이다. 박 프로는 하루에 1천개쯤 연습볼을 친다. 그러나 구질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그는 "페이드나 드로나 모두 구사할 줄 알아야 하겠지만 스스로에게 익숙한 스윙이면 그것이 어느 구질이든 있는 그대로 코스를 공략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또 "일반적으로 페이드 볼을 치면 거리가 준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며 자신도 지난해부터 페이드를 잘 이용하면서 성적이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박 프로는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가능하면 '기본'을 튼튼히 다진 후 필드에 나갈 것을 권한다. 그 역시 서두르지 않았다. 프로골퍼로서는 다소 늦은,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클럽을 잡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초를 더욱 탄탄하게 했다. 처음 4개월 동안은 말 그대로 '연습장 귀신(?)'이 됐다. 그 중 2개월 이상을 7번 아이언 하나만 사용했다. 완전한 스윙을 익히기 전까지 드라이버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기본에 충실한 연습은 훗날 그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그의 골프 마인드는 확고하다. 강한 승부 근성을 갖고 누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절대 자신감'을 확립한다는 것. 친선경기라도 일단 라운드가 시작되면 '상대가 질려서 나를 다시 안 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한다. 프로에게는 '최선'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프로는 숙제뿐만 아니라 복습에도 충실하다. 그는 라운드 후에는 항상 연습장으로 돌아가 1백개 정도의 공을 친다. 그날 경기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집중 보완한다. 그리고는 그날의 라운드를 일일이 복기한 뒤 다음 날을 맞는다. 박 프로는 시즌 중에는 별다른 체력훈련을 하지 않고 스윙연습만 한다. 체력은 겨울에 집중적으로 기른다. 3개월간의 동절기 하드트레이닝 중에는 특히 러닝과 헬스로 하체를 단련한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