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신예들의 활약에 힘입어 LG배 4강을 휩쓸었다.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벌어진 제7기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에서 한국은 원성진 4단(17), 조한승 5단(20), 이세돌 3단(19), 이창호 9단(27) 등 4명이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로써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강 석권'의 위업을 달성했다. 8강 중 일곱자리를 모두 한국기사들이 차지한 가운데 벌어진 이날 대국에서 관심의 초점은 외롭게 남은 '중국의 2인자' 저우허양 9단(26)과 '송아지 삼총사'(85년생 소띠로 박영훈 최철한 원성진을 지칭)의 일원인 원성진 4단의 대결. 원 4단은 대국 초반 흑을 든 저우 9단의 대세력작전에 밀려 종반까지 패색이 짙었지만 마무리에서 단 한 차례 나타난 저우 9단의 실착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추궁, 역전승을 일궈냈다. 결국 거대한 대마 수상전이 벌어졌지만 수 부족을 느낀 저우 9단이 2백58수만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지난해 신인왕 조한승 5단도 '바둑황제' 조훈현 9단(49)을 물리치고 생애 첫 세계대회 4강의 감격을 맛봤다. 조 5단 역시 노련한 조 9단의 반면 운영에 밀려 내내 고전했지만 종반 끈질긴 투혼을 발휘해 극적인 반집승을 이끌어냈다. 조 5단은 이날 승리로 얼마 전 국수전 승자 결승에서 조 9단에게 당했던 패배도 깨끗이 설욕했다. 최근 벌어진 농심배에서 4연승을 거두며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박영훈 3단과 '최강 신예' 이세돌 3단의 맞대결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빅매치였다. 초반은 흑을 쥔 박 3단이 실리에서 앞서며 국면을 리드했지만 이 3단이 중반 이후 흑대마에 대한 파상공격을 전개, 1백74수만에 호쾌한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 3단은 이날 승리로 박 3단과의 통산전적에서도 6승2패의 우위를 이어갔다. 오랜만에 성사된 '이(李)-유(劉)' 대결에서는 이창호 9단이 초반 유창혁 9단(36)의 완착을 응징하며 우위를 점한 이후 특유의 완벽한 끝내기로 3집반의 낙승을 거뒀다. 4강에 진출한 기사중 이 9단이 '최고령'라는 사실은 한국바둑에 세대교체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창호-원성진, 이세돌-조한승의 대결로 펼쳐질 4강전은 내년 2월11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