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쇼크를 받았다.

두달전쯤 라운드에서 18홀내내 계속 이어진 뒤땅치기와 섕크 때문이었다.

어찌나 난감하던지 당장이라도 가방을 꾸려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내가 왜 비싼 돈 들여가며 이렇게 마음고생을 해야 하나?"싶었고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다시는 필드에 안 나온다"고 다짐까지 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누가 필드나가자고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거절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바로 그저께,한 동호회 골프대회에 도우미로 나서게 되었다.

대회 참가선수에게 명찰을 달아주는 일,상품을 챙기는 일 등을 하고 경기시간에는 다른 참가자들의 플레이를 구경할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에서 골프치는 모습을 구경만 하고 있노라니,목이 말라왔다.

물이 먹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골프 때문이었다.

그토록 질려버린 골프이건만,골프가 치고 싶어 갈증이 나고 피가 끓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근질근질해서 그립잡는 모션을 해보고,바람결에 묻어나는 풀냄새를 한껏 더 맡으려고 코를 킁킁거렸다.

그린에 볼이 "툭"떨어지는 소리,드라이버의 "깡"하는 임팩트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다시는 필드에 오고 싶지 않을만큼 몸서리쳤었는데 이게 무슨 조화인가?

당장 클럽하우스 아래로 뛰어 내려가 어프로치샷을 올려 붙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오는 길에 차속에서 "나는 골프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걸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좋은 스코어,굿샷만이 내가 좋아하는 골프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분위기였다.

볼 맞는 소리,동반자들의 웃음소리,그늘집에서의 따뜻한 국물,땅의 기운,바람냄새,볼 찾으러 산으로 올라가면서 쌕쌕거리게 되는 그 힘겨움,18홀쯤 가면 후들거리는 다리,샤워후에 이마로 불어오는 바람...

볼이 잘 맞고,못 맞고는 그에 비하면 너무도 적은 일부분에 불과했다.

종종 골프치고 싶은 마음이 천리밖으로 사라졌다며,몇년동안 골프를 끊고 사시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그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클럽하우스에서 다른 사람 볼치는 모습을 한 시간만 구경하고 있어보라고.정떨어진 그 골프가 어찌나 강하게 유혹하는지 아마 견딜수 없어 다시 필드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