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을 재촉하는 비도 내렸고 일교차도 심해졌다.

환절기 알레르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콧물에 재채기 기침 증상이 동반돼 감기인 줄 알았더니 시간이 오래가도
낫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감기는 아니다.

한국사람 5~6명당 1명 꼴로 존재하는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 환절기는 최악
의 시기다.

흔히 "문명병"으로 불리는 알레르기질환은 담배연기 먼지 공해물질 등에
의한 실내외 공기오염으로 1년 내내 상존한다.

가을철에는 꽃가루와 건조하고 찬 기후 때문에 더욱 악화된다.

고려대 안암병원 인광호 호흡기내과 교수, 이상학 이비인후과 교수와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이봉재 이비인후과 교수의 도움말로 환절기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 알레르기의 정체 =보통 사람은 반응하지 않거나 경미하게 반응하는
화학적.물리적 자극에 대해 병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는 증상이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호흡기와 소화기 피부를 통해 체내에 들어오면 백혈구
의 일종인 임파구가 작동해 면역글로블린E(IgE) 항체가 생성돼 점막이나
피부의 비만세포에 부착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다시 외부에서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유입되면 비만세포로부터
히스타민 등의 매개물질이 분비된다.

이에 의해 세포에 염증물질이 모여들면서 시간이 갈수록 만성화된다.

알레르기는 코에 비염, 호흡기에 기관지천식, 피부에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나타낸다.

이를 3대 알레르기 질환으로 꼽는다.

<>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 =알레르기는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의
털이나 비듬, 곰팡이, 향수 등의 흡인성 물질 <>약 음식(우유 초코렛 딸기
건강보조식품) 식품첨가물(방부제 식용색소) 등의 먹는 것 <>금속(니켈
크롬) 고무 가죽 화장품 세제 액세서리 등의 접촉성 이물질 <>추위 더위
햇볕 압박 마찰 방사선 등의 물리적 자극이 원인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흡인성 물질.

국내서는 단연 집먼지진드기가 가장 큰 원인이다.

소아천식 환자의 90%이상, 성인천식의 70~80%, 알레르기성 비염환자의 50%
가 집먼지 진드기에 의한 알레르기다.

인 교수는 "나쁜 공기와 집먼지진드기의 영향으로 수십년 뒤에는 누구나
콧물 재채기 눈병 피부병 등 알레르기질환을 한가지씩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21세기 인류건강을 위협하는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 진단 =부모 모두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경우 자녀도 알레르기를
보일 확률은 80%.

부모중 한쪽만 알레르기면 자녀는 40%의 확률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런 집부터 우선적으로 알레르기 질환의 조기치료에 힘써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에 10회 이상 돌발적이고 연속적으로 재채기를 하고
코막힘 콧물 코.눈.입천장의 가려움증 등을 호소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비염의 경우 환자의 코점막이 부어있고 창백하거나 핑크빛을 띠며 물같은
분비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 축농증으로 알려진 부비동염이 함께 걸린 경우에는 분비물이 누렇고
끈적끈적해 X선 촬영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알레르기는 각종 면역학적 검사로 쉽게 판별할 수 있다.

<> 치료 =알레르기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증상이 사춘기나 성인에 접어들면서
소실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평생동안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우선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게 된다.

재채기 콧물 가려움증에 효과가 좋다.

근래에 현기증이나 졸리움 등의 부작용이 없는 새로운 항히스타민제가
개발돼 운전자나 학생들이 일상생활에 지장받지 않고 복용할 수 있다.

코속에 뿌리는 분무제로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제 혈관수축제가 있다.

스테로이드제제는 항염증효과가 우수해 가장 널리 쓰이는데 전신으로 흡수
되는 양이 적어 부작용이 작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

90% 이상에서 증상개선 효과를 보인다.

혈관수축제는 비강점막의 혈관을 수축시켜 코막힘 증상을 완화해 주지만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비점막이 손상되므로 여러날 이상 사용하면 나쁘다.

체질개선요법으로 더욱 잘 알려진 면역요법도 있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찾아 이것이 함유된 용액을 아주 낮은 농도에서
고농도로 단계적으로 높여 가면서 주사하는 방법이다.

1개월에 1회씩 약 3~5년간 치료하면 70~80%에서 증상이 호전되지만 아직
미지의 분야가 많은 치료다.

일부에서는 레이저로 비강점막을 섬유화시켜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치료도 하고 있다.

비중격만공증, 비강내 물혹, 축농증 등을 수술해 알레르기도 같이 치료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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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르기 예방대책

*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이면

실내 온도 및 습도를 낮춘다.

진공청소기로 먼지가 흩날리지 않게 청소한다.

침구류 카펫 가구커버 등을 비닐이나 특수천으로 밀봉한다.

동물의 털로 만든 담요나 이불은 화학섬유로 바꾼다.

베개 내용물이 메밀 겨 등 식물성인 경우 스폰지 등 화학물질로 바꾼다.

천으로 된 의복 커튼 커버는 자주 삶는다.

방안을 자주 물걸레질 한다.

햇볕에 침구류를 자주 말린다.

* 특정 꽃가루가 원인이면

이사를 간다.

창문을 닫고 외부공기를 여과한다.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 개나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이 원인이면

집에 동물을 두지 않는다.

실외에서 키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