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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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노동으로 알려진 택배업은 적은 돈을 받고 쉴새 없이 일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민주노총 택배노조) 측은 지난 4월 쿠팡 지회를 출범시키며 ‘공짜 노동’ ‘주 70시간 근무’ 등 열악한 환경을 조장하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현재까지 쿠팡 측과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택배기사들은 노조 측의 주장에 일부분만 동의한다. 이들은 오히려 “자기가 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며 “근로 조건이 좋지 않았다면 다른 업종을 찾았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기사 중 가장 많은 돈을 번 기사는 월 14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주유비·보험료·차량 유지비 등 월 30만 원 안팎을 빼면 대부분이 순수익이다. 주 5일·하루 6시간 근무 등 ‘워라밸’을 선호하는 기사도 500만원 이상을 번 경우도 있었다. 월 매출이 이 정도가 가능한 이유는 추가 인센티브 제도가 있어서다. 쿠팡은 택배기사들의 참여 유도를 위해 많은 인센티브 제도를 내건다. 예를 들어 ‘연휴 근무 시 배달 1건당 3000원 추가 지급’ ‘배달 기사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대신 근무해줄 경우 배달 1건당 100원 추가 지급’ 등이 있다. 무엇보다 유연근무가 가능하다. 기사가 원하는 시간에 일한다.

비 노조 택배 기사들은 “확실한 보상이 돈”이라며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현재 노조의 강성 활동으로 인해 영업에 방해받을까 전전긍긍하는 기사들이 대다수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는 개인 사업자다. 월급이 없는 대신 ‘박스 하나 배달 당 수수료 얼마’ 식으로 돈을 번다. 배달을 많이 할 수록 돈을 더 버는 구조다. 한국경제신문은 현장 택배기사들의 매출 명세서를 통해 택배기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0일 일하고 1100만원 번 A씨

쿠팡 택배기사 A씨의 4월 매출명세서. A씨는 총 20일을 일하고 총 1118만원을 벌었다.  /독자제공
쿠팡 택배기사 A씨의 4월 매출명세서. A씨는 총 20일을 일하고 총 1118만원을 벌었다. /독자제공
쿠팡 택배기사 40대 A씨는 지난 4월 20일을 일 한 뒤 1118만원을 벌었다. 그는 하루 10시간 정도 일했다. A씨는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인 야간근무만 한다. 쿠팡의 경우 배달 1건당 주간은 750~900원, 야간은 1000~1200원 정도를 번다. 만약 한 집에서 10개의 품목을 배달 주문했다고 가정할 경우 A씨가 한 집에 10개의 상자를 배달하면 한 번에 1만원(1000원*10개)을 번다. 그가 맞은 구역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다. 기사들 사이에서 좋은 구간으로 분류된다. 고소득을 하기엔 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A씨는 취재진이 만난 대리점에서 숙련자로 뽑힌다. 일반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면 하루 평균 300개 정도를 배달하는데 A씨는 평균 500개까지 운반한다. 그는 최대 640개까지 배달을 해봤다고 한다. A씨는 “게임을 하듯 하루에 목표를 세워서 최대치를 찍고자 매일매일 전략을 세운다”며 “물건을 놓는 위치, 배달 순서 등을 고민하며 움직인다”고 말했다. A씨가 4월에 20일만 일한 이유는 쉬고 싶어서다. 그는 4월 중 10일의 경우 휴가를 다녀왔다. A씨는 “미리 대리점과 협의하면 일하고 싶은 날을 조정할 수 있다”며 “택배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워라밸’ 중요한 B씨, 적게 일해도 월 500만원

쿠팡 택배기사 B씨의 4월 매출명세서. B씨는 하루 6시간씩 총 22일을 일하고 총 521만원을 벌었다.  /독자제공
쿠팡 택배기사 B씨의 4월 매출명세서. B씨는 하루 6시간씩 총 22일을 일하고 총 521만원을 벌었다. /독자제공
쿠팡 택배기사 20대 B씨는 ‘MZ’ 세대 특성을 가졌다. 그는 ‘오전 10시 출근·오후 4시 퇴근’ 을 원칙으로 세웠다. 그리고 주중에만 일한다. B씨는 대리점주에게 “난 돈을 덜 벌어도 되니 일하는 시간을 융통성 있게 스케줄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지난 4월 약 52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2일 일했다. B씨는 남는 시간에 운동·게임 등을 즐긴다고 한다. 평소 여행 계획을 세우며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B씨는 “노조에서 주 70시간 일한다고 마치 노동 착취처럼 밖에다 이야기하는데 같은 기사입장에서 쉬고 싶으면 쉬라고 말하고 싶다”며 “어차피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 주장대로 주 70시간 일할 경우 그 기사는 돈을 매달 1200만~1500만원을 벌 수 있을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쿠팡 택배기사를 하게 된 이유로 목돈 마련을 꼽았다. 그는 몇 년 일한 뒤 반려견 카페를 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B씨는 “택배기사에 온 사람 중에서 상당수는 나처럼 꿈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다”며 “만약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배달을 못 하게 돼 직접 피해를 당할 것이 두렵다”라고 말했다.

○택배기사는 월평균 700만~800만원을 번다

쿠팡 택배기사 C씨의 4월 매출명세서. C씨는 총 766만원을 벌었다. C씨는 자신이 쿠팡 택배기사의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독자제공
쿠팡 택배기사 C씨의 4월 매출명세서. C씨는 총 766만원을 벌었다. C씨는 자신이 쿠팡 택배기사의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독자제공
쿠팡 택배기사 30대 C씨는 지난 4월 766만원을 벌었다. 30일 중 26일을 일했다. C씨는 자신이 택배기사의 표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 5~6일을 근무한다. 특히 C씨는 원래 쿠팡 쪽 정직원이었다. 월급쟁이로 일하다 택배기사들이 고소득을 번다는 사실을 알고 회사에 사표를 냈고 택배기사로 직접 뛰어들었다. C씨는 “일반 직장인들이 일하는 시간대에 출근하고 퇴근한다”며 “상사 눈치 부담을 가질 바엔 혼자 일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사 C씨는 약 3달만 일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긴다고 했다. C씨는 “처음 오는 사람들의 경우 못할까 큰 부담감을 갖는데 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