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려는 야권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국내 손해배상 체계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고용부는 노란봉투법의 다섯 가지 핵심 쟁점에 반대 논리를 제시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 국민의힘 등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최대 쟁점인 ‘손배배상액 제한’과 관련해선 “실손해 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 손해배상 체계에 부합하지 않으며, 사용자의 재산권과 다른 민사상 손배 책임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 청구·가압류 제한에 대해서도 “노조법을 위반한 노조 활동에까지 손배 책임을 면제해주자는 것”이라며 “책임 원칙에 반한다”고 짚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조항을 놓고선 “집단적 의사에 따른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개별 행위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민사상 일반원칙을 고려하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조항으로 여겨지는 ‘손해배상액 감면 청구권’과 관련해서도 “폭력·파괴 행위 등 고의에 의한 손해에까지 감면 청구를 인정하면, 고의·중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배상액 감경을 인정하는 손해배상 체계에 배치된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조의 ‘합법적 쟁의행위’ 개념을 넓히려는 시도에 대해선 “쟁의행위는 근로조건 결정을 위해 제한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며, 범위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통과 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시사한 9월 초중순께 작성됐다”며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정치적 고려에 앞서 법안 내용 자체가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이런 내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주요 기관장 회의’에서 “파업에 대한 손배청구 제한은 노조법 몇 개를 건드려서 해결되지 않는다”며 노란봉투법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