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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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박모 씨(30)는 두 달 만에 4억원의 빚을 졌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투자한 돈을 몽땅 날린 것이다. 박 씨는 “처음 투자했던 500만원이 하룻밤 새 2000만원으로 불어나는 걸 보고 욕심에 눈이 멀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빚더미에 앉은 박 씨는 코인매매를 접고 2년간 차트 공부에만 매달렸다. 등락을 반복하는 ‘횡보장’에서의 매매를 주로 공부했다는 박 씨는 2020년 코인 시장에 다시 진입했다. 이번엔 대출 없이 횡보장에서 하락장에 배팅하는 선물거래를 통해 1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그는 작년 1월 운영하던 물류사업을 접고 ‘파이어’를 선언했다.

코인 파이어족들은 암호화폐 투자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차트 공부부터 하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 차트를 보며 본인만의 투자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변동성이 심한 코인 시장 특성상 기준 없이 상황 따라 움직인다면 ‘적게 벌고 크게 잃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자신이 정한 손익한계선과 매매 시점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박 씨는 “주식시장이 정규시장 기준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까지 6시간 남짓 운영되는 반면 코인 시장은 24시간 돌아간다”며 “주식시장에서 4년 동안 일어날 일들이 코인 시장에선 1년 새 벌어진다”고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나 유튜브를 통한 정보 습득도 중요하다. 해외 암호화폐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다는 곽모 씨(30)는 “다른 사람들의 분석 글을 100개 넘게 접하다 보면 시장을 보는 나만의 ‘눈’이 점차 생긴다”고 말했다.

코인 파이어족은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거래량이 많은 코인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코인 파이어족 12명 중 7명은 ‘메이저 코인’이라 불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만 투자했다. 나머지 5명 중에서도 “메이저 코인 외에 10% 이상의 자산을 투자했다”고 응답한 이는 1명에 불과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자산 비중을 50%로 유지하며 300만원으로 32억원의 수익을 낸 김모 씨(31)는 “거래 규모가 작은 코인일수록 차트 분석이 어렵고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