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약 전문 로펌'에 학생·주부 줄섰다
군에서 갓 제대한 김모씨(24)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지난 1월 서울 강남의 한 모텔에서 김씨와 함께 대마를 흡연한 친구가 경찰 조사에 소환됐다. 관련 수사에 김씨도 엮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다급해진 김씨는 서울 강남의 한 마약 전문 로펌을 찾았다. 김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전과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이 급증하고 있는 마약사범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서면서 ‘마약 전문’을 내세운 로펌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단순 소지만 해도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지만 마약 전문 로펌의 조력을 받으면 형량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의뢰인이 몰리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천만원의 높은 수임료에도 의뢰인이 폭증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상반기(1~8월) 단속에서 마약사범을 8497명 검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389명) 대비 약 15% 증가했다. 서울 지역 마약 전문 로펌 5곳도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소환조사 통보를 받거나 갑작스럽게 구속된 회사원, 주부, 학생 등 ‘평범한’ 일반인 마약사범이 최근 급증했기 때문이다.

‘마약전담팀’은 마약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경찰 출신 변호사와 형사 전문 변호사, 검찰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다. 일부 로펌에서는 거짓말탐지기와 마약 검출기까지 준비해 경찰 소환을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한다. 경찰·검찰 조사, 법원 재판까지 처리해주는 기본 수임료가 1500만원부터다. 밀수나 판매 혐의가 추가되면 수임료가 수천만원 넘게 뛴다.

마약 전문 로펌은 무죄를 다투기보단 처벌 수위를 최대한 낮추는 게 목표다. 의뢰인이 로펌을 찾았을 땐 이미 수사기관의 소변 및 모발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경우가 많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목적이 마약 유통 체계를 뿌리 뽑는 데 있다 보니 유통 루트 정보를 제공하면 선처 확률이 높다”고 귀띔했다.

마약을 소지하거나 투약하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초범이고, 적극적인 치료 의사가 있을 경우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선고받는 비중이 높다. 로펌들은 이러한 틈을 파고든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1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마약사범(4199명) 중 44%(2089명)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경찰청은 당초 10월까지였던 마약류 집중 단속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특히 10대 청소년 마약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NS를 통한 마약류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1년 41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11배 급증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