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키는 등 금융범죄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로펌들이 잇달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발 빠르게 신설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24일 금융·증권 수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허환준 변호사가 TF의 규제대응팀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장을 지낸 김영기 변호사가 수사대응팀장을 맡았다. 이들 외에도 금융당국과 검찰 금융·증권범죄 수사부서 출신 인물들이 대거 TF에 포진됐다. TF는 앞으로 금융·증권 관련 사건으로 금융당국의 검사나 제재, 검찰·경찰의 수사를 받는 기업들을 상대로 대응 전략을 자문할 방침이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인 태평양도 지난 17일 비슷한 조직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TF를 만들었다. 이 로펌도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이동엽 고문과 금융·증권범죄합수단 출신인 김범기 변호사 등 이 분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TF를 구성했다. 이들 외에도 여러 로펌이 관련 조직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들이 금융·증권 관련 TF를 꾸리는 것은 검찰이 이 분야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예고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국정과제에 불공정거래 관련 제재 실효성을 높여 증권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한 데 이어 서울남부지검이 지난 18일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개편하는 방식으로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을 2년4개월 만에 재출범시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첫 번째 꺼내든 카드가 합수단의 부활이었을 정도로 금융·증권범죄에 대한 고강도 수사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다.

로펌업계에선 최근 소송에 휘말린 암호화폐 테라·루나 가격 폭락 사태를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 수사하면서 디지털 자산분야와 관련한 수사까지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영기 화우 변호사는 “합수단 재출범은 사실상 방치된 자본시장 신뢰 훼손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합수단이 증권·금융 분야 불공정거래는 물론 가상자산의 발행·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까지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