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진 두브레인 대표 "교육 취약계층에 더 나은 기회 제공해야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전국 학부모·학생들이 등교개학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누구보다도 간절히 등교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 발달장애 아동과 그 학부모다. 발달장애 아동은 같은 학급에서도 인지학습 능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교사의 개별적인 교육·지도가 필수적이다. 1 대 1 지도가 이뤄질 수 없는 원격수업은 발달장애 학생에겐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교육 취약계층의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6일 대책을 내놨다. 아동의 인지학습과 발달장애 치료를 위한 콘텐츠를 앱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 두브레인의 프로그램을 전국 특수학교 및 가정에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설립 3년밖에 되지 않은 이 신생기업은 어떻게 코로나19 시대 취약계층 교육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성장했을까.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사진)는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학생 시절 봉사활동을 하면서 처음 접한 발달장애 아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했던 것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2년, 학교 인근 서울 봉천동 주택가에서 어린아이들을 돌봐주고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저소득층과 새터민 가정, 알코올중독자 가정의 자녀를 많이 맡았는데, 발달지연이나 발달장애 아동이 많았다고 한다. 최 대표는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2년간 아동교육지도사, 학습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해 가르쳤지만 전문성에 한계를 느껴 창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창업을 전후해 본격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간 최 대표는 대학병원 교수, 인지발달 전문가들과 함께 전문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자격증을 따도 전문 영역에선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았다”며 “현장 전문가와의 협업이 없었다면 절대 좋은 콘텐츠를 내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브레인은 서울아산병원 및 세브란스병원과 협력해 스마트기기 전면 카메라로 아이들의 시선 움직임을 추적해 자폐성 정도를 판단하는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아동의 인지학습 발달에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두브레인 앱은 장애가 없는 아동과 학부모들이 더 많이 쓰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 미국 캄보디아 인도 등 전 세계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가 45만 회 정도”라며 “이들 가운데 장애아동 비율은 30% 정도이고, 70% 이상은 비장애 아동”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최근 발달장애 아동의 학부모를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달장애 아동 학부모의 50% 이상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연말까지 앱을 출시할 것”이라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발달장애 아동과 학부모 모두가 언제 어디서든 교육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