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법률시장에도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으로 하루 만에 상표권을 출원하고, 변호사를 만나지 않고도 내용증명 문서 등 비교적 간단한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률서비스 문턱이 낮아지면서 변호사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만원이면 하루 만에 상표권 출원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헬프미는 최근 카카오톡으로 4만원에 상표등록이 가능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헬프미에 따르면 카카오톡 상표등록 서비스를 이용하면 평균 하루 정도면 특허청 상표권 출원이 끝난다. 수수료는 기존 변리사·변호사 사무실에 맡길 때(20만~30만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입금, 특허청 접수 등 단계별 진행상황이 자동으로 카카오톡 알림에 뜬다. 중간에 발생하는 문의사항은 변리사들이 카카오톡으로 상담해준다.
법조계와 정보기술(IT)업계에선 이 같은 변호사의 O2O산업 진출로 상표등록 등 법률 서비스의 문턱이 한층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는 변리사나 변호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야 하고,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준비하는 절차가 복잡해 상표 출원까지 4~5일 걸렸다. 2010년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는 사이트 문을 연 지 2주 뒤 상표권을 출원했다 낭패를 봤다. 그새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권을 등록해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회사 이름을 되찾아왔다.
박효연 헬프미 대표(변호사)는 “특허청 상표등록은 선착순이라 상표권을 먼저 출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법률적 문제에 익숙하지 않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주요 고객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경쟁 갈수록 치열”
카카오톡뿐 아니라 온라인,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등을 통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O2O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내용증명, 지급명령 등 실생활에서 자주 이용되는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 아미쿠스렉스, 전자계약서와 서명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두싸인 등 법률과 IT를 결합한 O2O업체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모바일을 이용한 변호사 광고 플랫폼도 성황이다. 인터넷 사이트와 앱 등으로 15분 전화상담·30분 방문상담이 가능한 변호사를 안내하는 로톡에는 1600여 명의 변호사가 가입해 있다. 한 달 방문자가 60만~80만 명이고, 한 달 상담 건수는 약 1만 건에 이른다. 이 밖에도 변호사님닷컴, 로시컴에는 각 300~400명가량의 변호사가 가입해 있다. 방문 상담이 가능한 변호사를 예약할 수 있고, 조건에 맞는 변호사를 비교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도 나왔다.
법률 스타트업 로앤컴퍼니의 정재성 부대표는 “변호사가 2만8000명에 달하는 등 법조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로스쿨 출범 이후 20~30개 O2O업체가 새로 생겨났다 사라졌다”며 “변호사 한 명이 여러 플랫폼에 등록해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서비스 시장에서도 착수금은 최대한 줄이고 성공보수 비중을 높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해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22일 “5년 전만 해도 민사사건 착수금의 최소 기준이 5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400만원가량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대신 전체 수임료에서 성공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졌다.집단소송을 기획하는 법무법인들은 착수금을 한푼도 받지 않는다. 한 변호사는 “착수금이라는 문턱을 낮춰 최대한 많은 피해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변호사가 사건 수임 여부를 검토할 때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착수금을 줄이고 성공보수를 많이 받는 쪽으로 계약을 한다”고 말했다.대법원이 2015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는 무효”라고 판결한 뒤 형사 분야에선 한동안 성공보수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변형된 모습으로 성공보수 약정이 되살아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착수금으로 일정액을 먼저 수령한 뒤 재판이 끝나면 잔금을 받거나 착수금을 많이 받은 다음 패소하면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사례가 있다”며 “단순 분할 약정, 후불, 착수금 할인 등의 형태를 띠지만 모두 성공보수의 변칙적 모습”이라고 말했다.법령이 아니라 판례를 통해 형사사건 성공보수가 금지됐기 때문에 성공보수를 받은 변호사가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애초에 성공보수 계약 자체가 무효인 만큼 의뢰인이 성공보수를 주지 않아도 된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변호사들이 ‘사실상의 성공보수’ 약정을 맺는 이유는 의뢰인이 원하기 때문이다. 의뢰인으로서는 처음부터 목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성공보수라는 인센티브를 활용해 변호사가 자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도록 할 수 있다.형사사건 성공보수를 규제하면서 청년 변호사의 어려움만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착수금을 낮추고 성공보수를 올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게 대형 로펌과 전관 변호사에게 대항하는 청년 변호사들의 무기였다”며 “성공보수가 무효가 되면서 오히려 사건이 전관 출신에게만 몰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B.T.S'라는 상표권을 등록한 후 'BTS'로 디자인된 화장품을 판매해온 드림스코리아 주식회사를 상대로 상표권 취소와 무효를 신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측은 올해 4월 16일 드림스코리아를 상대로 "'B.T.S 상표등록 지정상품 전부에 대하여 그 등록을 취소한다'는 심결을 구한다"며 상표권 취소 심판을 요청했다. 이후 지난 10월 21일에는 "'B.T.S 상표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심결을 구한다"며 엘앤피코스메틱과 함께 무효 심판을 요청했다. 엘엔피코스메틱은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있는 마스크팩 '메디힐' 제조사다. 드림스코리아 측은 방탄소년단이 데뷔한 2013년 이후인 2014년 10월 14일 B.T.S를 출원했다. 드림스코리아 측은 해당 브랜드에 대해 '백 투 식스틴'(BACK TO SIXTEEN)이라고 설명하면서 화장품을 판매해왔다. 특허청에 등록된 지정상품으로는 메이크업 화장품, 광택크림 등 색조 화장품은 물론 스킨 로션과 수분크림, 피부재생 크림과 화장용 마스크팩, 의료용을 제외한 마사지 젤과 각질제거용 크림 등 화장품 전 영역에 걸쳐 등록이 돼 있다. 문제는 드림스코리아 측이 화장품을 판매할 때 'B.T.S'가 아닌 방탄소년단의 해외 활동명인 'BTS'로 브랜드를 표기해 왔다는 점이다.'B.T.S' 제품들은 해외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내걸고 판매되고 있고, 제품 상세 이미지에는 'BACK TO SIXTEEN'이라는 표기가 돼 있지만 "혼돈을 줄 수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한편 드림스코리아 측은 방탄소년단이 데뷔하기 전인 2012년에 'BACK TO SIXTEEN'이란 이름으로 홈페이지 URL을 구매하고, 방탄소년단과 관계없이 브랜드를 만들어 상표권을 등록했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카카오가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카카오톡에 광고를 넣는 '카카오톡 비즈보드(톡보드)'가 효자 노릇을 하며 실적 개선에 앞장섰다. 콘텐츠 사업도 유료 콘텐츠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카카오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783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3분기 영업익은 59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6%, 전년 동기 대비 93% 급증했다.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성과다. 영업이익률도 7.5%에 달했다.증권투자업계가 추정한 매출(7665억원)과 영업익(501억원)을 모두 웃도는 호실적이다.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톡보드. 4400만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광고를 입힌 카카오의 모험이 통했다. 카카오는 3분기부터 톡보드 오픈베타 테스트(OBT) 형태로 카카오톡 대화창 목록 상단에 배너 형식 광고를 넣었다.톡보드를 포함한 플랫폼 부문 매출은 350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이 가운데 톡비즈 매출은 톡보드 확대, 카카오톡 기반 메시지 사업 성장으로 1624억원을 달성했다. 전 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2% 늘어난 수치다.포털비즈 매출(1261억원)은 광고 비수기 영향으로 전 분기보다는 8% 줄었으나 광고 플랫폼 카카오모먼트·검색 광고 고도화로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했다.신사업 매출은 전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623억원이다. 카카오페이 온라인 결제처가 확대된 데다 금융 상품 기반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서비스 매출 증가 등 신규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카카오는 설명했다.콘텐츠 부문 매출 성장도 눈에 띈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432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5% 증가했다.유료 콘텐츠는 카카오페이지, 픽코마의 국내외 이용자와 거래액이 늘면서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919억원으로 집계됐다. 뮤직 콘텐츠 매출(1515억원)도 성장세를 이었고, 게임 콘텐츠(990억원)는 전 분기·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적재산권(IP) 비즈니스·기타 매출은 온라인·면세점 채널 확장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10% 증가, 전년 대비 79% 늘어난 901억원을 거뒀다. 카카오M의 매니지먼트 IP 사업 확대, 카카오 IX의 국내외 채널 확장이 주효했다.카카오는 카카오톡 중심의 비즈니스 플랫폼 사업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회사 측은 "톡보드는 10월 OBT를 통해 광고주와 업종을 확대하며 모바일 광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카카오톡만이 차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챗봇, 다양한 랜딩 페이지, 비즈니스 솔루션과 결합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카카오톡의 가치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아울러 카카오페이지, 픽코마, 다음웹툰 등 콘텐츠를 활용한 글로벌 공략도 강화한다. 현재 카카오의 유료 콘텐츠 사업은 일본,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다. 연말까지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전체 거래액이 전년 대비 48% 증가한 4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카카오는 기대했다. 내년에는 국내에서 검증된 강력한 스토리 IP를 앞세워 동남아 전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