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大 합격자 3분의 1로"

교육부 '조국 사태'로 인해
서울대 등 13개大 조사·감사
교사·학부모 "역차별" 반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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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입 수시 모집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 대부분의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는 초상집 분위기다. 예년과 달리 주요 대학에 지원한 고3 학생들이 대거 탈락했기 때문이다. 예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안정권’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한 대학에서도 불합격자가 쏟아졌다. 작년 합격자와 내신 성적이 같은데 서류에서 떨어진 학생도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논란 이후 교육부가 대학을 대상으로 특정감사에 나서자 대학들이 올해 전형에서 외고·자사고에 대한 ‘보이지 않는 우대’를 거둬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외고의 교사와 학부모들은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요대 합격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자사고·외고, 올해 대입 수시 대거 탈락…"조국 유탄 맞았다"

서울의 한 자사고에서 진학부장을 맡고 있는 A씨는 “수년째 진학 업무를 담당하며 쌓아온 데이터로 진학 지도를 했는데 처참한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며 “올해 입시에서 대학들이 외고와 자사고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자사고와 외고 교장들은 “서울 주요 대학 수시 모집 합격자 수가 예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고와 이대부고, 배재고 등 서울지역 명문 자사고도 중상위권 대학 수시 전형 합격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북에 있는 한 자사고 교장은 “예년에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평균 30명가량이 성균관대에 합격했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합격 소식을 전해온 학생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인천의 한 외고 교장은 “흔히 서울 중상위권 대학이라 불리는 7개 학교의 수시 모집 합격자 수를 지난해와 비교해 보니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추가 합격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도 있지만 예년 수준의 합격자를 배출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현 상황을 “총 맞았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올해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끝난 뒤 시작된 ‘조국발(發)’ 대입제도 개편 움직임이 자사고와 외고에 유탄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비율이 높고, 자사고 등 특정 학교 출신 학생 선발이 많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13개 대학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지난달에는 실태조사 결과 일부 대학에서 ‘고교등급제’ 적용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감은 “입시를 앞두고 이 같은 조사와 감사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대학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애꿎은 자사고와 외고 수험생들이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섣부른 대입 개편이 입시에 혼란 초래”

학교들은 올해 입시 결과가 알려지면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 일괄 폐지 계획을 추진하면서 이미 이들 학교의 지원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2020학년도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는 1만1261명으로 전년(1만2259명) 대비 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경희고(0.77 대 1)와 숭문고(0.78 대 1), 한양대부고(0.93 대 1) 등은 미달 사태를 겪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는 “정부가 문을 닫게 하겠다고 선언한 학교가 입시 결과마저 하락하면 누가 입학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와 외고 출신 학생들이 주요 대학 수시 모집에서 대거 탈락한 결과가 올해 정시 모집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년이었으면 수시 모집에서 합격했어야 하는 학생들이 정시 모집에 지원하면서 주요 대학 합격 커트라인이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입을 코앞에 두고 벌인 정부의 섣부른 대입 개편 움직임이 올해 입시 전반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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