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나온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나온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이 파기한 이유에 대해서 다시 판단해 형을 정하게 된다.

대법원이 '국정농단'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분리선고해야 하기 때문에 앞선 1, 2심 재판부가 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형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에 관해 뇌물 혐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다른 죄와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며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로 판단한 특가법 뇌물죄와 다른 죄에 대해 형법 38조를 적용해 하나로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최순실 "일부 강요죄 성립 안된다며 2심판결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날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말 3필과 관련해 소유권 자체를 넘겨준 것으로 보고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2심은 말 구입액이 아닌 말 사용료 부분만 뇌물로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 등은 살시도 구입 과정에서 말 소유권이 삼성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국제승마연맹에서 발급한 말 패스포트 마주(馬主) 란에 삼성전자를 기재했다"며 "이후 확실히 하기 위해 최씨에게 위탁관리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 최씨는 '윗선에서 삼성이 말 사주기로 했는데 왜 삼성명의로 했냐'며 화를 냈다"며 "최씨가 이런 태도를 보인 건 말 소유권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삼성은 '기본적으로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독면담에서 이 부회장에게 '승마 유망주에게 좋은 말 사줘라'라고 했다"며 "삼성으로선 최씨가 말 소유권을 취득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인정했다.

또 "실질적 말 처분 권한은 최씨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의사 합치가 있었다"며 "이후 비타나, 라우싱 매수 때도 살시도와 같이 삼성 내부 기안문에 패스포트와 소유주 부분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제공한 말은 뇌물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와 달리 (말 관련) 뇌물은 액수미상의 사용이익에 불과하다고 본 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고 일반상식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항소심은 말 3마리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인정해 마필 금액인 34억1797만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혐의액 16억원도 뇌물액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삼성에 경영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으므로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부회장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적용된 것은 앞서 2심에서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던 말 3마리 34억원이 뇌물로 인정되면서 총 뇌물액수가 50억 원을 넘어가게 된 점이다. 뇌물이 50원을 넘을 경우엔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기소된지 2년 4개월, 이 부회장이 기소된지 2년 6개월만에 나오는 이날 선고는 약 50분 안팎으로 진행됐다.

삼성 측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서 뇌물이 추가 인정된 부분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다. 잘못 되풀이 않도록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