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상속·재산분할 사건 '캐시카우'…로펌, 전담 변호사 키워
지난해 연말 기업 상속공제 확대 방안을 담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의 국회 부결을 전후해 상속 및 재산분할과 관련한 법률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자문하는 재산의 덩치가 커지면서 종래 개인 변호사들 몫에서 대형 로펌의 신종 캐시카우로 텃밭이 이동하는 중이다.

임채웅 태평양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는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가사2부는 서울에서 상속·재산분할과 관련한 재판이 열리는 유일한 곳이다.

임 변호사는 판사 시절 책 ‘상속법연구’를 펴냈으며, 2011년 태평양에 합류해 가업승계·가사소송팀을 만들었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상속 관련 사례를 꾸준히 소개하는 등 자타가 인정하는 상속법 전문가다. 그는 “재판을 하면서 상속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상훈 바른 변호사(33기)는 국내 변호사로는 드물게 친족상속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에 유학한 뒤 ‘미국상속법’을 저술하는 등 학구파로 통한다. 상속 재산의 절반을 생존 배우자가 먼저 상속받도록 하는 내용의 상속법 개정안을 내놓은 법무부의 민법 개정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가업승계의 핵심은 세제혜택이다. 하지만 관련 법률의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예컨대 두 개 이상 기업을 보유한 자산가가 자녀들에게 기업을 분산해서 물려줄 경우 상속공제를 제대로 받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진 세종 변호사(34기)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유명 회계법인 세 곳에서 일한 경험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엔 “혼인 전에 계약을 맺어 놓으면 이혼할 경우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지”를 묻는 예비 부부들의 상담이 많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혼인 전 계약의 효력이 법률상 불명확하다”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팀 단위로 사건을 수임하는 대형 로펌을 제외하면 개업 변호사와 부티크 로펌을 통틀어 경태현 변호사(법무법인 천명 대표·35기)가 상속 사건을 가장 많이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경 변호사는 10년 가까이 상속전문변호사로 일했으며, 관련 상담만 하루 평균 10건 넘게 한다. 세무 부동산 등 법리가 의외로 복잡해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한우물을 파게 됐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친부모를 상대로 한 유류분(유언과 무관하게 법적으로 보장된 상속분) 소송 증가가 최근의 새로운 트렌드다.

그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다 보니 배우자를 배려한 증여나 유언이 많아졌다”며 “예전 같으면 재산이 어머니나 장남에게 갔을 경우 차남이 손해를 봐도 참았는데 요즘은 곧장 소송을 제기한다”고 달라진 세태를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